홍준표 “영화 기생충 안 봐!”…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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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영화 기생충 안 봐!”…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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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취를 두고 설왕설래 말이 많았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15일 21대 총선에서 고향인 경남 밀양 지역에 출마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 같은 입장을 기자들에게 전하는 자리에서 아주 사소하지만 재미있는 사실 하나가 드러났습니다. 기자 간담회 말미에 한 기자가 영화 을 봤냐고 질문을 했는데, 홍 전 대표가 “패러사이트(기생충) 같은 영화는 보지 않는다”고 답한 겁니다.

아시다시피 기생충은 한국영화 최초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영화입니다. 본인을 심야영화도 즐겨보는 ‘영화광’이라고 소개한 홍 전 대표가 왜 이토록 ‘핫한 영화’를 보지 않았는지, ‘패러사이트 같다’는 말의 의미는 무엇인지 더욱더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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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기생충을 만든 봉준호 감독과 보수 정치권은 불편한 사이입니다. 봉 감독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작성된 예술계 지원배제 명단,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속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국가정보원 개혁위원회가 지난 2017년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명단 82명에 봉 감독의 이름이 올라와 있습니다. 과거 민주노동당 당원이었던 봉 감독은 이 같은 이력이 반영돼 ‘강성 좌파’성향으로 분류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보수 정권이 단순히 봉 감독 개인의 정치적 성향 때문에 그를 블랙리스트에 올렸다고만 볼 수는 없습니다. 보수 정권은 봉 감독의 영화에도 급진적 좌파 색깔이 깃들어있다고 봤습니다. 마치 권위주의 정권이 사회주의 사상서를 불경하고 불온하다 보고 단속한 것과 같은 개념인 셈입니다.

실제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가 지난 2018년 발표한 자료에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블랙리스트 대상으로 빈번하게 지목된 15편의 영화와 그 이유가 나와 있습니다. 그중 3편이 봉 감독의 작품입니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 은 공무원과 경찰을 비리 집단으로 묘사해 국민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주입한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랐습니다. 한강에 나타난 괴물을 소재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은 반미 정서와 정부의 무능을 부각해, 국민의식을 좌경화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용산 미군기지의 환경오염 행위로부터 괴물이 탄생했다는 극 중 설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2013년 작인 도 시장 경제를 부정하고 사회 저항 운동을 부추긴다고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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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계급 간의 명확한 대비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하층 계급과 그보다 더 아래에 있는 최하층 계급 사이의 생존 투쟁이 영화의 뼈대를 이룹니다. 그간 한국 사회의 어두운 면모보다 밝은 부분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해왔던 보수 정치권으로서는 영화의 한 장면 한 장면이 불편하게 다가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국가권력과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을 ‘사회주의 하자’는 말로 오독하는 ‘낡은 사고’도 여전합니다. 한 한국당 의원은 “너무나 잘 만들어서 소름 끼치는 작품”이라며 “체제 전복의 내용을 담고 있는 전형적인 좌파 영화”라는 평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정치권은 이 지난해 칸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을 때 한목소리로 이를 축하했습니다. 그런데 한국당만 관련 논평 하나 남기지 않았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수상을 기해 단체로 을 관람한 것과 대조적인 행보입니다. 봉 감독과의 ‘악연’이 거슬렸던 것일까요, 여전히 봉 감독의 영화를 위험하다고 보는 것일까요.

오버랩 되는 것은 옆 나라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입니다. 아베 총리는 자국 감독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영화 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음에도 이를 일절 언급하지 않아 이목을 끌었습니다. 자국 문화예술인의 해외 수상 소식에 축하 메시지를 내온 아베 총리였는데 말입니다. 고레에다 감독은 일본의 어느 가족이 연금을 받기 위해 가족의 사망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뉴스를 보고 영화를 구상했다고 합니다. 일본 극우 세력들은 ‘저런 가족은 일본에 없다’며 고레에다 감독을 되레 비판했습니다. 아베 총리는 영예로운 수상 소식과 비극적인 일본 사회의 현실을 둘 다 받아들이지 않는 모양새를 취했습니다.

홍 전 대표가 왜 영화 기생충을 보지 않겠다고 한 것인지 명확한 이유는 모릅니다. 하지만 영화의 재미와 작품성을 떠나서, 이를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정치인만의 ‘소신’과 ‘고충’이 있는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심우삼 기자 s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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