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야, 광고야?… 리뷰, 믿기도 안 믿기도 애매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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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야, 광고야?… 리뷰, 믿기도 안 믿기도 애매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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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지로 세부나 괌 어떨까. 가본 적 없는 곳이라 인터넷 블로그를 검색해본다. 다녀온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느 정도 판단이 설 테니까. 맨 위에 뜬 후기부터 클릭한다. 여자들끼리 여행을 가려니 위험할 것 같아 현지 여행상품을 이용했다는 사람의 글이다. 패키지 여행을 갈 마음은 없지만 현지 경치나 분위기를 참고할 겸 읽어본다. 그런데 처음부터 생뚱맞은 대목들이 눈에 띈다. 패키지 여행은 가이드(인솔자)가 중요하다지만 왜 이렇게 그의 장점을 부각하는 내용이 많은가. ‘가이드분’이 새벽에 공항으로 데리러 와서 피곤할 텐데 오히려 여행객들보다 활기가 넘치더라거나 지친 여행객들을 대신해 짐을 옮겨줬다는 등의 설명은 너무 사려 깊어서 오히려 수상쩍었다. 요약하자면 가이드가 믿을 만하고 여행 일정은 여러모로 만족스러웠다는 내용이다. 마지막에는 해당 여행사 블로그로 이어지는 링크가 붙어 있다. 이쯤 되면 여행 후기라기보다는 여행사 홍보에 가까워 보이지만 대가를 받았다는 말은 없다. 의심이 너무 많은가 생각하며 다른 후기로 넘어간다.

그러기를 반복하며 읽은 검색 결과 첫 페이지의 블로그 후기 10건은 모두 업체 협찬을 받은 후기이거나 그렇게 짐작되는 글이었다. 세 번째, 다섯 번째, 여섯 번째 후기는 첫 번째 사람과 같은 여행사를 통해 패키지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글이었다. 이들 모두 공항에 마중 나온 가이드가 팻말을 들고 있는 사진을 첨부했는데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찍은 것으로 보였다. 작성자들은 가이드와 해당 여행상품의 장점을 부각한 뒤 여행 업체 링크를 첨부했지만 역시 협찬 여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나머지 6건 중 다른 여행상품 이용후기인 4건도 칭찬일색이었다. ‘현지 맛집’이라며 식당을, ‘쇼핑 리스트’라며 기념품 가게를 소개한 글도 2건 있었는데 이들도 특정 가게 홍보가 주목적인 것으로 보였다. “최고의 강사진으로 믿을 수 있는 ○○○을 예약하시면 이번 여행 완벽할 것 같아요” “모든 제품은 방부제가 없고 손으로 착즙한 100% 원액이라 기계로 짜낸 원액과는 차원이 다른 맛과 색깔이에요” 같은 설명은 어딘지 돈 냄새가 난다. 모든 후기에는 업체 온라인 사이트로 넘어가는 링크나 업체 측과 직접 연락할 수 있는 카카오톡 아이디가 첨부돼 있었다. 협찬 사실을 밝힌 글은 2건이다. 그나마도 한 문구는 글자가 작고 흐려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블로거들은 자신이 이용한 업체가 여기저기서 추천을 받아 골랐다거나 무작위로 찾아간 곳이라는 설명을 달았다. 협찬 의심을 피하기 위한 사족일까. 홍보성 후기를 피하기 위해 ‘자유여행’ 등의 문구를 추가해 검색해 보지만 결과는 모두 패키지 여행상품 소개다. 판단을 내리지 못한 채 검색을 포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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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에 장악당한 리뷰

1990년대 말부터 블로그를 중심으로 활성화한 온라인 후기는 일반 소비자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해보고 자신이 생각하는 장단점을 허심탄회하게 공유하던 정보성 글이었다. 사람들이 구매를 결정하기 전 업체가 제공하는 설명만 듣지 않고 온라인 후기를 찾는 것은 자신과 같은 소비자의 경험담과 의견을 듣기 위함이다. 업체가 말하지 않는 단점들이 온라인 후기에는 있었다. 업체는 물건을 팔기 위해 장점만 내세우지만 업체와 이해관계가 없는 소비자는 그럴 필요가 없다. 그보다는 제품에 대한 불만사항을 온라인 후기로 남겨 다른 이들이 참고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았다. 업체나 제품 이미지에 흠집을 내기 위해 단점을 부풀리는 등 지나치게 주관적이고 감정적으로 흐를 우려가 있지만 그럴 때 보통의 소비자는 다른 후기를 함께 참조하며 객관적으로 판단하려 한다. 지금도 소비자에게 온라인 후기는 업체가 큰돈을 들이는 광고보다 믿을 만한 내용으로 받아들여진다.

온라인 후기가 상업적으로 변질된 건 기업이 협찬이라는 방식으로 돈을 대면서다. 기업들은 부정적 후기에 골머리를 앓는 일이 잦아지자 역으로 후기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블로거들에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해 이용하도록 한 뒤 후기를 작성케 하거나 원고료, 사은품 같은 대가를 지급하는 방식 등으로 후기 생산에 간여해 왔다. 그러는 동안 많은 블로그가 기업의 홍보 창구로 변질됐다. 이제는 협찬을 받지 않고 작성된 후기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특정 제품·서비스 이용담을 설명하는 온라인 게시물 중 구매 사이트 링크를 포함하지 않은 경우가 드물다. 요즘은 업체가 직접 개인적 경험담인 것처럼 블로그 등에 게시물을 올리기도 한다.

온라인 후기는 마케팅 효과를 높이려는 기업들의 장려로 급증했지만 애초 홍보를 목적으로 한 게시물로 뒤덮이면서 신뢰를 읽고 말았다. 경희대 대학원 디지털콘텐츠학과 손동진씨는 박사학위 논문 ‘디지털 인플루언서의 광고 콘텐츠 신뢰성 요인에 대한 연구’에서 “상업적인 변질로 인한 신뢰도 하락이라는 이슈로 블로그를 이용한 기업들의 마케팅이 주춤해지는 계기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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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인플루언서 마케팅’

블로그 후기의 진정성이 퇴색하고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 같은 SNS가 유행하면서 대기업들은 블로그를 이용한 마케팅에서 다소 물러선 모습이다. 지금은 주로 중소기업이나 영세 업체가 ‘소비자의 입’을 통해 자사 제품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블로그 후기를 읽을 때 협찬 여부를 먼저 확인한다. 온라인 후기 형식을 한 홍보글로 소비자 피해 우려가 늘면서 공정거래위원회는 협찬 사실 명시를 의무화했지만 실제로는 공정위가 제시한 가이드라인보다 모호하게 표현하거나 아예 표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렇다 보니 협찬을 받지 않고 후기를 남기는 이들 상당수가 ‘제 돈으로 직접 구매해서 사용해보고 쓴 글’이라는 식의 설명을 넣는다. 협찬 후기가 다수를 차지하면서 순수한 후기임을 따로 강조해야 하게 된 것이다.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과 이지은씨는 석사학위 논문 ‘블로그 협찬 여부가 고객의 태도 형성에 미치는 영향’에서 “기존의 연구에서 소비자들이 제품을 협찬받은 사실을 인증한 후기를 읽었을 때 해당 브랜드에 대한 태도가 부정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현재 마케팅 측면에서 기업들의 주요 관심사는 새로운 디지털 생태계에서 대중을 선도하는 ‘인플루언서(Influencer)’다. 이들은 일반인이지만 SNS상에서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고 스타급 연예인을 압도하는 영향력을 행사한다. 주로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통해 유명세를 얻은 이들 인플루언서는 독창적인 콘텐츠를 직접 제작한다는 점에서 1세대 디지털 인플루언서인 파워블로거와 구별된다. 활동 분야는 게임, 여행, 사진, IT기기, 음식, 패션, 뷰티, 미술, 음악 등으로 다양하다. 디지털 마케팅 분야에서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은 브랜드 인지도 향상과 상품 홍보에 유명 연예인을 기용한 광고보다 효율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기업들은 자사 제품 판촉과 관련해 소비자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인플루언서를 찾아 새로운 마케팅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있다. 기업은 협업할 인플루언서를 선정할 때 구독자 규모와 충성도, 스타성은 물론 광고를 거부감 없이 녹여낼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살핀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광고 같지 않은 광고수단으로서 인플루언서를 활용한다는 뜻이다. 2016년 25억 달러(약 2조9538억원)였던 글로벌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 규모는 내년에 4배 수준인 100억 달러(11조815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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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협찬은 모두에게 독배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경우에도 상업적 메시지는 소비자들에게 반감을 일으켜 인플루언서와 기업 모두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서울대 대학원 의류학과 김우빈씨는 석사학위 논문 ‘SNS 패션 인플루언서의 진정성과 팬십의 효과’에서 “진실성은 전문성과는 달리 소비자의 제품구매 의도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요 속성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러한 결과는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에서 제품 판매를 목적으로 지나치게 인위적이거나 꾸며진 콘텐츠를 제공하는 인플루언서에 대한 소비자의 부정적 입장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손동진씨도 “인플루언서들이 편파적인 기업 옹호를 하거나 맹목적이고 지나치게 상업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내게 되면 고객의 신뢰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마치 과거에 파워블로거 마케팅이 스폰서들의 상업적 욕심과 결부돼 발생했던 부작용이 되풀이될 수 있어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서술했다.

인플루언서는 소비자 입장에서 중립성을 지키고 기업은 무분별한 협찬을 자제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이지은씨는 “잘 모르는 제품의 경우 협찬을 통해 고객들에게 알려지도록 하는 것은 협찬이 가져올 수 있는 긍정적 효과”라며 “다만 협찬을 통해 작성한 후기의 경우 글을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제품을 직접 경험해보기도 전에 부정적인 태도를 형성해 사용 의지를 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손동진씨는 “광고 마케팅 기획자가 인플루언서가 가진 중립성을 훼손하면서까지 메이커 보이스(제조사 입장)에 대한 욕심을 콘텐츠에 반영하게 되면 소비자들은 콘텐츠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고 이에 해당 콘텐츠에 대한 신뢰성도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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