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니 고단백 식품… 식용곤충, 미래의 식량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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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니 고단백 식품… 식용곤충, 미래의 식량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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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설국열차’에서 열차 후미에 타고 있는 이들에게 거무튀튀한 직사각형의 식량은 배고픔을 달래줄 유일한 수단이다. 언뜻 보면 양갱을 연상케 한다. 이상기후로 전 세계가 얼어붙어버려 이마저도 감지덕지다. 그런데 ‘365일 쉬지 않고 달리는 열차에서 어떻게 식량을 생산할까’라는 의문이 따라붙는다. 비좁은 공간에서 생산·가공할 수 있으면서 원료도 풍부해야 한다. 해법은 곤충이었다. 수많은 곤충 가운데 하필 바퀴벌레라는 게 거북할 뿐이다.

식용곤충은 미래식량으로 꾸준히 주목받고 있다. 세계식량기구(FAO)는 식용곤충을 ‘작은 가축’으로 정의한다. 크기에 비해 단백질 함량이 높다는 점에서 주요 식량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20㎡(약 6평) 정도의 면적에서 사육하면 소 1마리에서 얻을 수 있는 수준의 단백질이 나온다.

효율, 환경을 고려하면 곤충은 상당히 유용한 식량이다. 소에서 단백질 1g을 얻으려면 평균 1500ℓ의 물과 20㎏의 사료가 필요하다. 반면 식용곤충은 평균 1ℓ의 물과 1.7㎏의 사료로 충분하다. 여기에다 번식력은 소나 돼지 같은 가축을 압도한다. 인구가 끝없이 늘고 있어 식용곤충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주장도 나온다.

성경에도 나오는 식용곤충

식용곤충 역사는 깊다. 성경 레위기 11장 22절에는 메뚜기, 방아깨비, 귀뚜라미 등은 먹어도 된다는 구절이 있다. 동양에서도 곤충을 다루는 문헌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만 식량보다 약재에 초점을 맞췄다. 1596년 발간된 ‘본초강목’에는 106종의 곤충 및 약효가 기록돼 있다. ‘동의보감’ 탕액편을 보면 95종의 약용곤충을 소개하고 있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식품 안전성까지 고려한다. 한국의 경우 2016년 7종의 식용곤충을 식품 원료로 등록했다. 흰점박이꽂무지 유충, 갈색거저리 유충, 쌍별귀뚜라미, 장수풍뎅이 유충, 메뚜기, 누에, 백강잠을 먹어도 안전하다고 규정했다.

제도 정비 이후로 농가의 관심은 부쩍 높아졌다. 1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곤충 생산·가공·유통업에 종사하는 농가는 지난해 기준 2318곳에 이른다. 식용곤충 종류가 규정된 2016년(1261곳)보다 배 가까이 늘었다. 품목별로 흰점박이꽂무지를 키우는 농가가 1305곳(56.3%)으로 가장 많다. 이어 장수풍뎅이 425곳(18.3%), 귀뚜라미 399곳(17.2%), 갈색거저리 291곳(12.6%) 등이다. 상위 5개 품목이 모두 식용이다.

농식품부는 축산법을 개정해 곤충을 가축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달 중으로 식용곤충을 포함해 14종을 가축으로 보는 내용을 담은 법 개정안을 내놓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사육 방법이 확립돼 판매되고 있으며 환경 위해가 없는 종류가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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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보다 ‘사료’

식용곤충 시장이 부쩍 성장하는 단계이기는 하지만 아직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풍부한 먹거리가 즐비한데 곤충을 먹을 필요가 있느냐는 반문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농촌진흥청의 2015년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징그러워서’ ‘굳이 곤충을 먹을 필요가 없어서’라는 응답이 주류를 이룬다. 식용곤충만으로 곤충 시장이 형성되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서울대 연구 보고서를 보면 국내 곤충 시장 규모는 지난해 2648억원에서 2030년이면 6309억원(전망치)까지 성장한다. 다만 성장세를 이끄는 주체는 식용곤충이 아닌 반딧불이축제 같은 지역 행사다. 식용곤충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30년 기준 15.7%로 추산된다. 영화 ‘설국열차’에서처럼 극한의 상황이 아닌 다음에야 혐오감을 없애기는 쉽지 않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 다른 접근방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직접 섭취’ 대신 ‘사료’로 쓰는 게 대표적이다. ‘신이 내린 선물’이라 불리는 동애등에는 사료 기능에서 최적화돼 있다. 동애등에는 처음에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는 곤충으로 주목받았다. 애벌레 한 마리가 하루에 2g을 먹어 없앤다. 국내에서 연간 음식물쓰레기 처리 비용으로 8000억원이 든다는 점을 생각하면 고마운 곤충이다.

최근 동애등에는 사료로 부각되고 있다. 깨끗한 곳에서만 사는 이 곤충은 천연 항생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을 부를 수 있는 ‘남은 음식물 사료’를 대체할 수도 있다고 한다. 특히 항생제를 못 쓰는 양식장에서 동애등에 활용법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 최대 동애등에 공장을 갖춘 씨에프(CIEF)의 이종필 회장은 “국립수산과학원과 제주도 양식장에서 실증 작업을 하고 있고 베트남 중국 인도네시아에 수출도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환자 영양식으로 쓰는 방안도 진행 중이다.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은 환자식으로 갈색거저리를 활용하는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수술을 끝낸 환자의 경우 영양 섭취가 쉽지 않다는 점에 착안했다. 곤충식을 먹인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을 비교했더니 ‘곤충죽’ 등을 먹은 그룹의 단백질 섭취량이 1.5배 이상 높았다. 혐오감은 있지만 건강 측면에서는 도움이 되는 셈이다.

신약 개발에서도 곤충의 가능성은 높다. 방혜선 농촌진흥청 곤충산업과장은 “지금까지 신약을 개발할 때 식물에만 집중했는데, 요즘에는 곤충과의 융복합 연구를 많이 시도하고 있다”며 “시작 단계지만 곤충 종류가 많기 때문에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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