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교과서에 없는 상황” 일본발 태풍… 반도체 이어 비철금속·공작기계 ‘사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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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교과서에 없는 상황” 일본발 태풍… 반도체 이어 비철금속·공작기계 ‘사정권’

공작기계·비철금속 일본 의존도 높아 ‘타격’ 우려
정밀화학 등은 ‘안개’…조선 등은 안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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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수출규제 태풍’은 한국 산업에 얼마나 타격을 줄까. 이준 산업연구원 소재산업실장은 현재 상황을 “통상 교과서에도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사태 전개 과정은 물론 파장의 범위나 규모도 예측 불허라는 의미다.

주요 업종별 파급효과를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핵심 소재 3종(고순도 불화수소·포토 레지스트·플루오린 폴리이미드) 직격타를 맞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종의 충격은 여전하다. 여기에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배제 조치로 비철금속, 공작기계 분야도 사정권에 들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일본산 의존도가 높아 수출규제에 따른 상당한 ‘상처’를 입는다는 우려가 높았던 탄소섬유, 정밀화학 등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업별 사정이 다른데다가 대체 수입처 확보, 국내 자체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주력산업 중 조선, 철강 등은 아예 일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압축성장’을 하면서 핵심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 등 내실을 다지지 못한 산업군일수록 ‘일본 경제보복’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입을 모은다.

국민일보는 산업군별로 일본 수출규제 영향을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예측하기 위해 14일 산업연구원 담당 연구위원들의 평가를 받아 분석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9일까지 13회에 나눠 실시한 ‘일본 수출규제 관련 업종·지역별 설명회’에 참석했던 18개 산업군이 분석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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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기계·비철금속 우려 크다
산업 전문가들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외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업종으로 ‘기계’를 지목했다. 그 중에서도 제조·설비용 공작기계의 수출이 제한되면 파장이 클 것으로 판단했다. 절반 이상을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약점이다. 박광순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의 공작기계 수출액 중 한국 비중은 5.6%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한국의 일본산 수입 의존도는 50~60% 정도”라며 “일본 입장에선 수출을 덜 해도 자국 산업 영향이 적지만 한국은 반대”라고 설명했다.

그나마 국내 설비투자가 부진에 빠지면서 반도체보다는 미치는 파장의 강도가 약하다. 설비투자지수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6월까지 8개월 연속 하락세다. 국내 수요 물량이 감소한 상태다. 여기에다 일본의 규제 가능성이 앞서 핵심 소재 3종에 비해 적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의 고순도 불화수소 공급업체는 1, 2곳에 불과히지만 공작기계는 100곳이 넘는다”며 “(규제하면) 일본 내 여론이 점점 부담스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철금속 분야도 기업들이 숨죽이고 있는 분야다. 특히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규모는 소량이지만, 희토류처럼 없어서는 안 되는 희귀 품목이 문제다. 일본이 관련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서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초미세 니켈 분말처럼 소량만 들어가는 품목은 일본이 워낙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며 “한국이 대체 수입처 개발에 시간이 걸리는 품목”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대체 공급원이 있다는 건 긍정적이다. 이 부연구위원은 “광물은 사실 중국이 독점하고 있고 일본은 가공 기술이 뛰어난 것”이라며 “다른 품목처럼 (일본) 독점도가 높다고 보기 힘든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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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섬유·정밀화학, 향후 추이 살펴야
탄소섬유와 정밀화학 산업군은 기상도로 치자면 ‘안개’로 분류된다. 비상 상황이기는 하지만, 당장 타격을 입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품목이 워낙 다양한데다 기업별로 경중이 다르다. 한국에서 곧바로 생산 가능한 품목도 있고, 중국 등 대체 수입처를 확보할 수도 있다. 이준 산업연구원 소재산업실장은 “기업마다 사정이 다르다”면서 “계면활성제만 해도 중국산을 써도 무방한 게 있는가 하면, 높은 사양의 소재가 들어가기 때문에 일본산이 필요한 경우가 혼재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대책이 다 나왔는데, 이제는 수면 아래에서 기업들 하나하나를 상대로 핀셋 대응을 해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분야는 국산화율이 높아 일본 수출규제 영향이 미미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자동차부품 가운데 탄소섬유가 들어가는 수소연료전지 등이 있어 미래차 부문은 어떤 식으로든 ‘입김’ 아래 들어간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래차 양산 비중이 아직 크지 않아서 당장 큰 타격은 없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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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바이오·항공 ‘맑음’
한국 경제의 주력산업 중 조선은 한·일 경제전쟁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분야로 분류됐다. 국산화율이 높고 대체 수입처 발굴이 쉬워서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반 선박의 국산화율이 90%에 가깝다”며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극저온 펌프 등 일부를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는데, 대체가 가능해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 산업도 ‘안전지대’다. 최윤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본보다 미국 유럽 수입 의존도가 높다”며 “아주 일부만 일본 제품을 쓴다”고 전했다. 항공 산업은 탄소섬유를 소재로 쓰고 있지만, 수출 제한 품목에 들어갈 가능성이 극히 낮다. 안영수 산업연구원 방위산업연구센터장은 “보잉787의 경우 일본에서 부품 등을 받는데 수출규제를 하기 쉽지 않다”며 “미국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공동개발하는 상황에서 규제를 하면 계약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안 센터장은 “항공기 복합재는 일본이 시장의 60%를 차지하지만, 역시 보잉787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 규제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산업 전문가들은 산업군별로 명암이 갈리는 이유로 핵심 소재·부품·장비 개발을 도외시했던 점을 꼬집었다. 서동혁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압축성장의 어두운 면이고, 우리의 최고 약점”이라면서도 “취약했던 산업구조의 허리를 보강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정부 정책이 단기로 끝나기보다는 장기 정책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신준섭 전슬기 이종선 전성필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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