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10곳 중 4곳, 나이·성별·거주지 등 평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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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10곳 중 4곳, 나이·성별·거주지 등 평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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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 중소기업에 입사지원서를 낸 박모(32)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서류 심사를 통과해 안도의 한숨을 내쉰 것도 잠시, 면접관들은 그의 나이를 문제 삼았다. 대학 졸업 후 오랜 시간 취업을 하지 못한 것이 결격 사유라도 되는 것처럼 몰아붙였다. 박씨는 취업이 늦었다는 이유만으로 무능한 사람 취급을 받았다는 사실이 가장 마음이 아팠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은 11일 기업 557개사를 대상으로 ‘신입 채용 시 비공개 자격조건 평가 여부’를 조사한 결과 42.4%가 “평가에 반영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42%)와 2017년 조사(41.8%)보다 오히려 소폭 늘어난 것이다. 비공개 자격조건은 입사 공고에 채용 조건으로 기재하지 않았지만 평가 기준에는 들어가는 요소다.

가장 많이 따지는 비공개 자격 조건은 ‘나이(46.6%, 복수응답)’였다. ‘성별(33.9%) 거주지(24.6%) 학력(19.5%) 결혼 여부(16.9%) 전공(16.5%) 인턴 등 경험(16.1%) 외모 및 신체조건(14.8%) 등이 뒤를 이었다. 기업이 비공개 자격조건을 뒀다는 것은 기업 입사 과정에서 여전히 연령과 성별이 주요 변수가 된다는 의미다. 실제로 신입 지원자 중 41.4%는 비공개 자격 조건이 맞지 않아 탈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형태별로는 응답 중소기업 중 44.3%가 비공개 자격조건을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견기업은 35.2%, 대기업은 18.2%였다.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비공개 자격조건을 따진 셈이다. 취업준비생 이모씨는 “면접장에서 받은 차별을 생각하면 ‘중소기업에 사람이 없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화가 난다”며 “합리적인 기준으로 평가해도 결과를 납득하기 어려울 때가 있는데 나이나 성별로 평가하면 힘이 빠진다”고 말했다.

고용정책기본법은 사업주가 근로자를 채용할 때 성별, 신앙, 연령, 신체조건 등의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정했다.

특히 지난 7월부터 시행된 채용절차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결혼 여부나, 외모 등 구직자에게 물으면 안 되는 항목을 명기했다. 모두 이씨같은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한 법이다. 하지만 이런 법이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기업들도 이런 평가기준이 문제라는 사실은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다. 기업들은 평가 기준을 전부 공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절대적 평가 기준은 아니라서(54.7%, 복수응답)’라고 답했다. 이어 ‘물어보는 것이 법으로 금지된 조건이라서(35.2%)’ ‘굳이 밝힐 필요가 없어서(30.1%)’ ‘회사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서(11.9%)’ 등이 뒤를 이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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