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대 가장 월 152만원·살인적 경쟁… 플랫폼 노동자의 고달픈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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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0대 가장 월 152만원·살인적 경쟁… 플랫폼 노동자의 고달픈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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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드라이버(대리운전)·쿠팡이츠(배달)·이모넷(가사돌봄) 같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일을 구하는 플랫폼 노동자들이 극단적으로 불규칙하고 열악한 노동 환경에 처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플랫폼 노동은 ‘자유로운 근무 형태’를 표방하며 부업 정도로 인식되고 있지만, 실제 대다수 노동자는 일회성 일감에 자신의 생계를 의지하는 중년층이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5일 이런 내용의 ‘플랫폼 노동종사자 인권상황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8월부터 석달간 플랫폼 노동자 821명을 대상으로 면접과 온라인 설문조사 등을 통해 진행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플랫폼 노동자의 64.2%는 다른 직업 없이 플랫폼 노동만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한 주 평균 5.2일, 하루 평균 8.22시간씩 일했다. 월 평균 소득은 약 152만원에 그쳤다. 화물운송 노동자의 경우 하루에 무려 13시간씩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리케이션이 활성화돼 있는 가사돌봄과 대리운전의 경우 종사자 평균 연령은 각각 55.4세, 50.3세였다. 화물운송은 45.9세였다. 이들이 플랫폼을 통해 벌어들이는 소득은 가구 총소득의 80~90%를 차지했다. 누군가의 스마트폰 클릭 한 번에 의지해 가족을 부양하는 ‘가장’이라는 의미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원하는 때에 필요한 시간 동안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현실은 달랐다. 많은 노동자들은 사용자로부터 호출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대기해야 했다. 프리랜서 A씨는 “일감이 생겼다는 알림은 저녁이나 새벽에도 울리기에 24시간 내내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호출이 뜬 지 0.5초 만에 다른 노동자가 낚아채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업계에선 콜잡기 경쟁을 ‘전투콜’이라고 한다. 하염없는 기다림은 고스란히 무급 노동시간이 된다.

일감이 매우 불규칙하고 초단기적으로 배분되기에 노동자들은 일을 따내기 위해 선점 경쟁에 뛰어든다. 플랫폼 내에서 가장 흔히 일어나는 것은 가격 경쟁이다. 경력이 긴 프리랜서 B씨는 “모두가 일을 구하기 위해 애플리케이션에서 정한 최저 금액(5000원)으로 보수를 올려놓는다. 내가 일을 잘하더라도 일단 선택받으려면 그에 맞춰 올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애플리케이션 이용자 혹은 플랫폼에서 자체적으로 매기는 ‘별점’ 평가도 노동자들의 목을 죈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평가에 따라 보수와 일감이 달라지기 일쑤다. 보고서는 플랫폼들이 별점에 따라 호출이나 일감을 제한해 사후적인 불이익을 주지만, 그 기준과 방식이 불투명하다고 지적한다. 가사 노동자 C씨는 “처음에는 시간당 1만원꼴이라고 들었는데 실제로 들어오는 돈은 매번 조금씩 달라졌다”며 “돈이 왜 깎였느냐고 물으면 고객이 별점을 낮게 줬기 때문이라는데 평가 내역은 모른다”고 하소연했다.

장귀연 노동권연구소장은 “플랫폼은 노동자 간 격렬한 경쟁을 유발해 바닥을 향해 질주하게 만든다”며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할 새로운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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