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대 없는 ‘대중교통 정책’… 갈등 터질 때마다 혈세로 불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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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 없는 ‘대중교통 정책’… 갈등 터질 때마다 혈세로 불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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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와 택시 등 생활에 밀접한 교통 분야에서 파업, 집단행동 등 위기가 불거질 때마다 국민 세금으로 급한 불을 끄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대중교통인 버스의 경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주52시간제 도입 당시부터 불거진 문제를 방치했다가 위기가 닥쳐서야 급박하게 해결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요금을 인상하거나 혈세를 투입하기 전 치밀한 정책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는 15일 파업을 예고했던 전국의 모든 버스노조가 파업을 철회하거나 유보했다고 밝혔다. 서울의 경우 파업 돌입 90분을 앞두고 노사가 극적으로 합의하며 최악의 버스 대란을 막았다. 합의내용은 임금 3.6% 인상, 정년 2년 연장, 복지기금 만료시점 5년 연장 등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버스요금 인상 없이 적절한 합의로 파업을 면했다”고 평가했지만 서울시가 버스준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는 만큼 시 예산 투입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번 사태는 주52시간제 시행을 앞두고 전국 9개 지역 버스 노조가 임금 보전과 인력 충원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 방침을 결정하면서 시작됐다. 버스 대란이 초읽기에 들어갔을 때에도 정부는 지자체에 요금인상을, 지자체는 정부에 재정지원을 요구하며 눈치싸움만 벌였다. 버스파업 전날인 14일이 돼서야 국토교통부는 일반광역버스 및 광역급행버스(M-버스)의 준공영제 추진 방침을 내놨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시내버스 요금을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비슷한 시간 택시 업계의 갈등을 보여주는 일이 또 발생했다. 15일 새벽 서울광장에서 택시기사 안모(76)씨가 분신해 숨졌다. 안씨의 택시 보닛에는 ‘공유경제로 꼼수 쓰는 불법, 타다 OUT’이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가 붙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카풀이나 타다 등 차량공유 서비스에 반대해 분신 사망한 택시기사는 벌써 네 번째다.

택시 업계는 차량 공유 서비스가 자신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고 주장해 왔다. 업계 반발이 심해지자 서울시는 지난 2월 택시 요금을 인상했다. 정부와 여당은 택시월급제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황급히 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재정 지원 없이는 택시회사가 원활히 월급을 지급할 수 없다는 이견이 나오면서 지난 3월 법안 통과가 무산됐다.

전문가들은 버스와 택시 문제의 성격은 다르지만 정부나 지자체가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비용을 국민에 전가하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버스든 택시든 세금이 투입되기 위한 전제조건은 재정이 투명하게 관리된다는 믿음, 안전 운행에 대한 믿음을 정부가 보장해주는 것”이라며 “비용누수와 제도적 허점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도 “택시와 버스회사에 특권이나 지원금을 줄 때엔 감독기관을 통한 회계 투명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윤미 C&I 소비자연구소 대표는 “버스 노선권을 민간이 가져갔다면 평가도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며 “노사가 경영을 위해 노력하고 서비스를 개선하는 측면 없이 시민에게 부담을 떠안겨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버스와 택시 모두 소비자 관점에서 생각하고 접근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교통분야 위기마다 세금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건 국민의 세금 부담을 너무 우습게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은 조효석 이동환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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