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말바꾸기·2차보복 강행 정황… 韓·日 회의 후 관계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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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말바꾸기·2차보복 강행 정황… 韓·日 회의 후 관계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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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이후 한·일 간 실무급 만남이 처음으로 이뤄졌지만,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오히려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도 말바꾸기를 한 데 이어, 2차 경제보복까지 강행하려는 모습이다. 이달 말 세계무역기구(WTO)가 일본의 대한(對韓) 반도체 소재의 수출규제 논의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향후 양국이 총력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본 NHK방송은 14일 일본 경제산업성 내부에서 현재와 같은 상태가 계속되면 오는 8월 중순부터 특정 국가에 대한 외국환관리법상의 우대제도인 ‘화이트 국가’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할 수밖에 없다는 견해가 강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 측이 군사적으로 전용할 수 있는 반도체 등의 원료에 대한 무역관리체계가 불충분하다는 입장인데, 한국이 이에 대한 검토를 행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무역관리체계에 이상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일 양국은 지난 12일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 이후 처음 실무급 회의를 가졌지만 사태 해결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양측이 회의의 성격과 ‘조치 철회 요구’ 유무에 대해 상반된 주장을 하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일본 측은 회담 직후 브리핑에서 “수출 규제 강화 필요성을 설명해 한국 측이 이를 이해했고, 명시적인 수출 규제 철회 요구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국 측은 즉각 그런 사실이 없다며 “한국은 일본의 전략물자 수출 규제 조치를 철회할 것을 요청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일본 측은 또 다시 “회의록을 세세하게 다시 확인했다”며 “한국 측이 명확하게 철회를 요청한 사실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일본 정부의 거듭 말바꾸기 정황도 드러났다. 도쿄신문은 전날 경제산업성 관계자를 인용해 ‘부적절한 사안’에 대해 일본 측은 “북한 등으로 물자 유출이 아니라 일본과 한국 사이에서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도 회의 직후 “부적절한 사안에 대한 질의에 일본은 북한을 비롯한 제3국으로 수출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며 “일본에서 한국으로 가는 수출에서 법령 준수가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면서도 구체적 사례를 제시하기는 어렵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이는 일본이 북한과의 관련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해온 것과 배치된다. 일본은 당초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를 ‘국가 간 신뢰관계’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자국 내에서조차 비판이 거세지자 방향을 틀었다. 자국의 화학물질이 한국을 통해 북한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는 주장지만 구체적인 증거가 없어 억지라는 지적이 나왔는데, 이번에는 또 다시 ‘한·일 간 사안’이라고 말을 바꾼 것이다. 그러면서도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WTO는 오는 23~2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일반이사회에서 일본의 수출규제강화를 논의키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4일 보도했다. 이는 한국이 의제로 요청함에 따라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신문은 “(한국이) 국제 여론을 움직여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 조기 철회에 응하도록 압박할 목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안보 측면에서 이뤄진 적절한 조치라고 설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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