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 아스트라’ 광활한 우주와 꼭 닮은 인간의 내면이라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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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드 아스트라’ 광활한 우주와 꼭 닮은 인간의 내면이라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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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의 의미부터 짚어볼까. 애드 아스트라(Ad Astra). 라틴어인데 원 문장은 “Per aspera ad astra”이다. 달 탐사의 첫 임무를 맡고 우주로 향한 아폴로 1호 영웅들을 기리는 말로, 케네디 우주센터 기념비에 새겨져 있다. 번역하면 이런 뜻이다. “역경을 헤치고 별을 향하여.”

이 영화의 주인공 로이 맥브라이드(브래드 피트)에게도 완벽히 해당되는 말이다. 오는 19일 개봉하는 ‘애드 아스트라’는 엘리트 우주비행사 로이가 29년 년 전 외계의 지적 생명체를 찾는 프로젝트에 나섰다가 실종된 아버지(토미 리 존스)를 찾기 위해 해왕성으로 향하는 여정을 따라간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영화라 하면 ‘그래비티’(2013) ‘인터스텔라’(2014) ‘마션’(2015) 등을 떠올리기 쉽다. ‘애드 아스트라’는 그러나 이런 작품들과 결을 달리한다. 미지의 영역에서 벌어지는 극적 사건을 조명하기보다 우주라는 공간, 그보다 더 깊고도 심오한 인간의 내면을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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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평정심을 유지해온 로이는 아버지를 둘러싼 충격적 진실을 마주하고 흔들린다. 인류의 영웅이라 믿었던 아버지가 태양계 전체를 위협하는 전류 급증 현상 ‘써지’를 일으킨 장본인이라는 것. 그 위험한 실험을 막기 위해 로이는 지구와 달의 뒷면, 화성을 거쳐 태양계 끝 해왕성으로 향한다.

스크린을 채우는 것은 광활한 암흑의 우주와 그 안에서 나지막이 흐르는 브래드 피트의 독백이다. 어찌 보면 이 영화는 SF라기보다 심리 드라마에 가깝다. 인물 내면의 심연으로 들어가는데, 목표를 향한 맹목적 집착을 거둬낸 뒤에야 가족에 대한 사랑 같은 근원적 감정을 깨닫게 된다.

영화를 관통하는 정서는 무한한 공허함이다. 연출을 맡은 제임스 그레이 감독은 “‘만약 우주에 아무것도 없다면, 우리가 헤아릴 수 없는 공허함만 있다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고 밝혔다. 망망대해의 텅 빈 우주는 어쩌면 고독과 허무로 점철된 로이의 내면 그 자체로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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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사실적이면서도 인간적인 SF라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대중적 호응을 이끌어낼 만한 극적 요소는 부족하지만 세밀하고도 섬세한 심리 흐름을 따라가는 재미가 크다. 물론 시각적 완성도도 빼어나다. 달에 세워진 우주 도시나 화성 지하에 설치된 비밀 기지가 시선을 붙든다.

브래드 피트의 존재감은 작품 전체를 지탱하는 힘이다. 제작에도 직접 참여한 그는 이 영화에서 본인의 커리어에 한 획을 그을 만한 명연기를 펼친다. SF 첫 도전이라는 수식어 따위는 불필요해 보인다. 그는 초점이 흐릿한 눈으로, 미세하게 떨리는 근육으로, 인물의 모든 감정을 전달해낸다.

영화는 최근 폐막한 제76회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해 뜨거운 호평을 받았다. 가장 공감이 가는 건 영국 영화지 토탈 필름의 평이다. “숭고하고 굉장하다. 아름답고도 대담한, 놀라운 완성도를 보여준다. 제임스 그레이의 걸작이자 브래드 피트 연기 인생 최고의 작품이다.” 123분. 12세가.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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