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로 향한 페미니즘…“의원님들, 니 커피 니가 타 마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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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로 향한 페미니즘…“의원님들, 니 커피 니가 타 마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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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이 국회로 향했다. ‘페미당’ 창당은 가시화되고 있고 ‘국회페미’ 활동은 활발해졌다. 페미니즘 정치를 원하는 이 시대 여성은 지금의 정치권이 자신을 대표하지 않는다고 느낀다. 20대 국회의원 300명 중 여성 국회의원은 단 51명(17%). 국회 내 성차별의 근본적인 원인은 오랫동안 공고히 다져진 남성 중심 문화다. 이들은 사회 변화를 실효적으로 완성하려면 국회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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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당 창당모임, 내년 당 공식 출범이 목표

세계 여성의 날 하루 전날인 지난 3월 7일 ‘페미당 창당모임’은 국회 앞에 섰다. 아시아 최초의 페미니즘 정당을 표방한 이들은 이날 “여성 국회의원이 터무니없이 부족한 현실을 개선해야한다”고 외쳤다.

페미당 창당은 지금도, 여전히, 불꽃처럼 진행 중이다. 창당을 위한 발기인 확보에 매진하면서 당원 모집을 병행하고 있다.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창당모임에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하는 인원이 늘었고 후원금도 넉넉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또한 가부장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정치에서 성평등한 정치로 나아가는 중요하고 값진 과정이라고 이들은 굳게 믿고 있다.

페미당 창당모임은 국회에 진출한다면 성비부터 고치겠다고 말한다. 단순히 여성 정치인 수가 늘어나는 것이 능사는 아니지만 기울어진 기형적 성비부터 고칠 계획이다. 당을 넘어 정치권 내 페미니즘 연대도 추진해나가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한국 내 페미니스트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고립되지 않기 위해 정치권 내 협력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이 모였다. 이들은 2020년 세계 여성의 날인 3월 8일에 맞춰 페미당을 공식 출범시키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이가현 ‘불꽃페미액션’ 활동가는 “페미니즘 정치를 원하는 이 시대의 여성은 지금의 정치권이 자신을 대표하지 않는다고 느낀다”며 “유력한 대권 주자가 성평등을 떠들면서 자신의 수행비서를 강간했다. 어디에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남성 중심 정치문화 속에서 여성들이 자유롭고 안전하게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고 있는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로부터 박탈당한 권리를 되찾기 위해서 투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민경 ‘찍는페미’ 운영위원은 “한국 여성이 국민으로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고 있다고 단언할 수 있는가”라며 “우리가 낸 목소리는 여성 정책 발전과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 확대에 기여할 것이며 나아가 사회적 평등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세상의 반은 여성”이라며 “세상의 절반을 대표하려면 대표자의 절반이 필요하다. 아주 단순한 원리다. 51명을 51%로 만들어 남성 정치 카르텔을 깨고 성평등한 정치 문화를 재정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수진 ‘정의당 여성주의자 모임’ 운영위원은 “1995년 민선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6번의 선거에서 광역 자치단체장에 도전한 후보 314명 가운데 여성은 10명”이라며 “당선 가능성이 높은 곳에서는 여성 후보가 아예 없었다고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보 여성 정치인 대표인 심상정 의원도 2004년 민주노동당 시절 비례대표 1번이었고,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비례 1번으로 국회에 입성했다”며 “지금은 누구도 실력이나 기량을 의심하지 않는 의원들이지만 비례 1번으로 입지를 다졌다는 점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여성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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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페미 “사회 바꾸려면 국회부터”

국회 내 페미니즘 단체 국회페미는 지난해 8월 16일 모습을 드러냈다. 페미니즘이 시대정신이 된 상황에서 성평등한 국회를 만들기 위해 보좌관 등 국회에 종사하는 여성 30여명이 모여 만든 단체다. 이들은 국회에 아직도 팽배한 성차별적 인식들을 조목조목 짚어내며 국회가 나아갈 방향을 진단하고 있다.

이들은 “여성들은 국회 내에서 여전히 차별 받는 존재”라고 주장했다. 미투 운동 바람이 불던 당시에도 피해 여성의 외모를 품평하고 행실을 문제 삼는 풍토는 국회에서도 여전했다. 이들은 “어느 방 비서 몸매 참 좋더라는 식으로 여전히 여성들을 가십으로 소비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이들은 여성 문제에 대해 국회에서 가장 오랫동안 외면당한 사회 문제라고 정의했다. 국회 내에서 사소하고, 주변화된 지엽적인 문제로 취급된다는 것이다. 국회페미 활동가는 “국회 안에서는 여성문제를 사소하게 취급한다”며 “사회적으로 배제하고 없어도 지장없다고 생각한다. 유권자로서 존중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여성 의원이 부족한 현실에 대해서는 “여성이니까 편의를 봐주자는 게 아니다”라며 “동등한 경험과 능력을 갖추고 있는데도 여성이 공천을 받는 데 제약이 있다. 여성 대표성을 늘리자는 건 특혜가 아니라 가져 올 몫을 가져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페미는 “페미니즘은 시대정신이다. 언젠가는 귀를 기울이고 반응할 거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싶다”며 “국회가 제대로 응답할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국회 내 성차별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여러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지난 6월에는 ‘커피는 여자가 타야 제맛입니까?’ 캠페인을 펼쳤다. 이들은 “국회페미 구성원이 꼽은 가장 빈번한 성차별은 커피·차 접대 문화”라며 “여성을 꼭 집어 ‘여기 커피 좀’이라고 시킨다. 모든 보좌진 다 있는 자리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지목당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에는 ‘여자는 보좌관 하면 안 되나요?’ 캠페인을 펼쳤다. ‘일터로서 성평등한 국회 만들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국회의 유리천장 타파를 위해 이번 캠페인을 기획했다. 국회페미에 따르면, 지난달 1일 기준으로 의원실 최종결정에 영향을 행사하는 보좌관과 비서관 합계 여성 비율은 14.3%이다. 20대 국회의원의 여성 비율인 17%보다 낮은 수치다. 국회의원의 의정활동 전반이 남성중심적 사고에 치우쳐 이뤄질 수밖에 없다.

국회페미 활동가는 “국회는 인턴에서 시작해 승급하는 구조인데 현실적으로 여성이 보좌관까지 올라가기 매우 어렵다”며 “여성 인턴은 상대적으로 승급 기회가 많지 않고 행정 직무가 강요되기도 한다. 정당한 기회를 찾아 국회를 떠나는 여성이 많다. 여성 보좌진 수가 적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활동가는 “보좌진 조직의 문제는 국회 전체의 문제와 연동돼 있다”며 “인사뿐만 아니라 모든 의사결정 구조가 군대식의 절대하향식이다. 국회 전체의 폐쇄성, 과도한 권위주의와 밀접하게 닿아있다”고 지적했다. 또 “국민의 절반인 여성을 대표해야 하는 국회의 책임과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해소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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