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의 티 테이블] 마음의 길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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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의 티 테이블] 마음의 길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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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의 집은 비좁습니다. 넓혀주소서, 당신이 들어오실 수 있도록. 그 집은 폐허입니다. 고쳐 주소서. 당신 외에 내가 누구에게 부르짖겠습니까? 주님, 내 은밀한 허물을 말끔히 없애주소서. 당신을 믿기에 당신께 부르짖습니다. 오직 당신만이 아시니.”

초기 기독교 교회의 대표적인 교부이자 철학자인 아우구스티누스는 ‘고백록’을 통해서 자신의 폐허처럼 허물어지고 잡초로 비좁아진 영혼을 건져 달라고 기도했다. AD 400년쯤 쓰인 고백록은 죄의식으로 인해 괴로워하던 아우구스티누스가 죄 고백 후 자신의 인격적인 통합과 내적인 평화가 이루어졌음을 서사적으로 간증하는 내용이다.

진심이 담긴 고백엔 신비한 힘이 있다. 사람들은 생각이나 감정을 마음속에 오래 간직하고 있다가 누군가에게 털어놓았을 때 후련한 경험을 하게 된다. 감정정화(카타르시스)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스위스의 의사이자 작가인 폴 투루니에는 “고백은 강력한 치료 기제”라고 말한다. 고백은 수많은 문제의 늪에서 사람을 건져내어 자유롭게 해주고 악의 순환고리를 끊어버리는 데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도 마음에 있는 것을 죄다 드러내어서 토로하라고 말한다. 그는 ‘맥베스’ 4막 3장에서 이렇게 말한다. “그 슬픔을 토로하시오. 그 슬픔이란 큰 소리로 말하지 않으면 비탄에 찌든 가슴에 속삭여 결국에 터뜨려지고 마는 법이요!”

남이 보기엔 화려하고 부러워하는 재산과 명예를 가졌다 해도 자신이 느끼는 공허감을 표현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문제는 ‘내 마음 나도 몰라’라는 것이다. 정신분석가들은 배가 항해하는 바닷길과 비행기가 비행하는 하늘길이 있듯이 사람의 마음에도 마음길이 있다고 말한다. 마음이 비교적 잘 이용하는 길이 있지만 거의 이용하지 않아 잡초가 무성해져서 길인지 알아볼 수조차 없는 정도가 된 길도 있다. 무성한 잡초로 가려지면 길을 찾기 어려운 것처럼, 마음의 길을 잃어버리면 삶의 방향을 잃어버린다. 내 마음을 돌봐줘야 한다. 마치 냉장고 안을 정리하듯 마음도 정리가 필요하다.

어떤 일을 결정 못해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 마음의 길을 찾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글쓰기다. 특히 ‘아직은 아니야 목록 만들기’는 마음속 살피기, 문제 해결을 위한 브레인스토밍, 삶의 우선순위 정하기 등에 도움을 준다.

그동안 생각만 하고 행동을 미뤄 왔던 목록을 만드는 일부터 시작하면 좋을 것 같다. 이루지 못한 꿈, 마무리하지 못한 일, 호기심을 가졌던 것들, 좋아하는 일과 내 힘으로 할 수 없었던 일 등 ‘아직은 아니야’라고 생각하며 주저했던 목록을 작성해 보자. 목록에 대한 긍정적인 측면, 부정적인 측면을 써본다. 또 ‘왜 하면 안 되는가’에 대한 이유와 ‘만일 이 일을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에 대해서도 써본다.

망설임과 불안감 때문에 뒤로 미뤘던 일들과 그로 인한 피해사례들을 하나로 묶다 보면 삶에 전반적인 점검이 이루어진다. 일기가 그렇듯 자신의 삶이 통과해온 길을 줄기차게 기록하다 보면 자신에 대한 새로운 이해에 이르게 된다. 자신도 몰랐던 의식의 심층까지 세심하게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이 이어진다.

대부분 사람은 변화를 싫어한다. 삶을 변화시킬 어떤 큰일을 앞두고 ‘아직은 아니야’라고 부정하며 지연시키려고 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후 ‘아직은 아니야’라고 말했던 그때가 바로 앞으로 나아갈 순간이었음을 깨닫기도 한다. 우리는 하고 싶은 모든 일을 전부 다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그것이 우리가 영원히 살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우린 유한한 존재이다.

눅눅해진 마음을 서랍에서 꺼내 햇볕을 쬐어줘야 한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감정을 느끼지만 표현하지 못할 때가 많다. 특히 분노 우울 불안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을 느끼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 애써 외면하고 억누른다. 그러나 이런 감정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에 쌓이고 우리 삶을 괴롭힌다. 글을 쓰면서 억눌렀던 감정을 표출하고, 글을 쓰면서 함께 나누며 얻는 위로와 공감이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도착이다. 미국의 목회자 유진 피터슨의 말처럼 어떤 사람이 되어 가는지도 모른 채 내딛는 나의 걸음 하나하나가 빼놓을 수 없는 필수요소가 돼 일관된 삶과 소명이라는 도착점에 조용히 그리고 서서히 통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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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종교부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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