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제 조국의 시간?… ‘검찰의 시간’이나 방해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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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제 조국의 시간?… ‘검찰의 시간’이나 방해 말라

검찰은 장관 일가 수사하고 장관은 검찰을 개혁하는 입장 충돌… 수사·개혁 순수성 위해 정치는 개입 말아야

조국 법무부 장관을 임명하며 제시한 대통령의 논리는 구차했다. “명백한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임명의 명분 앞에 “본인이 책임져야 할”이란 단서를 붙였다. 국민이 요구한 판단 기준은 공정이었는데 이를 위법 여부로 축소시켰고 더 나아가 ‘본인의 위법’으로 범위를 좁혔다. 조 장관 부인이 이미 기소된 터라 ‘명백한 위법’만으로는 논리를 구성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대통령은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된다”고 했지만 거꾸로 본인의 명백한 위법만 없으면 임명해도 된다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 앞으로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이 수긍할 수 없는 후보자의 도덕적 결함이나 배우자의 위법행위가 드러날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만약 지명을 철회한다면 그는 말할 것이다. “나도 조국처럼 본인의 위법은 없는데… 이건 공정하지 못한 것 아닌가.”

이렇게 무리한 논리로 임명된 조 장관이 업무를 시작했다. 취임식을 했고 현충원에 다녀왔다. 청와대 대변인은 라디오에 나와 “조국의 시간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청문 절차를 진행한 국회의 시간, 찬반 목소리를 낸 국민의 시간, 고심을 거듭한 대통령의 시간을 지나 이제 조 장관이 검찰개혁 성과로 뭔가 보여줘야 할 시간이 됐다는 뜻이었다. 동의하기 어렵다. 조 장관에게 주어졌다는 시간을 다수의 국민은 허락하지 않았다. 취임사에서 “국민이 잠시 허용한 기회”라고 했지만 그것은 국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만든 기회다. 지금은 조국의 시간보다 차라리 검찰의 시간에 가깝다. 조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대통령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한 명백한 위법행위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검찰의 이 시간을 방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조 장관의 취임일성은 역시 검찰개혁이었다. 검찰이 많은 권한을 통제장치 없이 갖고 있다는 지적은 옳다. 검찰개혁은 검찰의 권한을 빼앗거나 분산시키는 과정일 수밖에 없다. 검찰에 대한 법무부의 적절한 인사권 행사와 감독기능 실질화를 강조한 것도 개혁이 검찰의 힘을 빼는 일임을 말해준다. 검찰은 장관 일가를 수사해야 하고, 장관은 검찰의 힘을 빼야 하는 입장의 충돌이 현실로 닥쳤다. 대통령은 각자 할 일을 하라 했지만 그 일이 서로를 정면으로 겨누고 있어 각자의 일이 되기 힘든 구조다. 검찰의 수사도, 장관의 개혁도 순수한 의도로만 보이기 어렵게 됐다. 이미 벌어진 모순의 상황이 곪아터지는 걸 막으려면 정치의 개입을 최대한 배제해야 한다. 정치권, 특히 여당이 수사에 왈가왈부하는 행태는 대단히 위험하다. 개혁 취지마저 퇴색시키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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