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백 칼럼] 소통과 공감의 사회로 진일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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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백 칼럼] 소통과 공감의 사회로 진일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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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권은 조국 법무장관 임명이 권력기관 개혁을 위한 것이라지만 평범한 국민들에 상대적 박탈감과 실망감 안겨
정파나 진영논리 앞세운 정쟁보다 각계각층과의 소통·공감 능력 키워 상식이 통하는 건강 사회를 만드는 데 진력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마침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재가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9일 지명한 지 한 달, 국회에 조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서를 송부한 지 26일 만이다. 국민들로선 조 후보자에 대한 정치권의 적격·부적격 공방으로 질곡 같은 한 달이었다. 정치세력 간 난타전으로 온 나라가 벌집 쑤신 듯 격한 감정과 혼란스러움으로 양분됐다. 어느 편과의 소통과 공감은 눈 씻고 찾아볼 수 없었다. 정파적 언쟁과 진영논리만 들끓었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했음을 자부해온 문재인 정권을 비판하는 ‘반(反)촛불혁명’을 보는 것 같았다. 조국 인사청문회 사태는 우리 사회와 국민들의 마음을 할퀴고 상대적 박탈감이나 실망감을 안겼다.

조 후보자와 그 가족 관련해 쏟아진 과거 10년치 의혹들은 지난 한국사회의 단면이기도 하다. 조 후보자 한 사람으로 인해 국민들은 개혁을 추진하는 진보세력 정권의 철학과 시대적 사명에 대한 태도를 좀 더 들여다볼 수 있었다. 조 후보자는 문 정권의 ‘딥스로트(Deep Throat, 내부고발자)’인 셈이다. 조 후보자는 과거에 ‘강남좌파’ ‘진보의 부흥 전도사’임을 자처했다. 10년 전부터 ‘조국현상’을 낳을 정도로 화제의 중심이 됐다. 그런 그가 기득권층의 위선과 편법을 무감각하게 받아들이고 남들이 하는 것을 다하고 살았던 모양이다. 언론과 야당, 검찰에 의해 국민 앞에 적나라하게 폭로됐다. 개혁시대를 꿈꾸며 시대를 짊어지겠다는 진보 정치세력의 핵심인물 치고는 사생활이 너무 일반적이고 가벼웠다. 더구나 법의 엄정함과 엄격함을 추구해야 하는 법무부 장관직이다. 자신의 법적 결백을 얘기하면서 가족들의 편법·위법 의혹에 대해 ‘모르쇠’가 되는 이중성은 상식적으로 공감하기 어렵다. 그러니 그동안 주변과의 진정한 소통이나 공감에 둔감했음을 스스로 실토할 수밖에 없지 않았겠는가. 그는 교수시절인 2011년 2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사실 나는 세속적인 기준에서 보면 가진 것이 많다. 현재보다 더 많이 가지겠다고 나서는 것은 과욕이다. 학자로서의 본분을 지키면서 진보·개혁 세력의 성장을 돕는 데서 보람을 찾을 생각이다”고 했다. 그가 자신을 성찰하며 지금까지 살았더라면 이런 국가적 파란은 없었을 법하다.

문 정권의 소통과 공감 능력은 여전히 미흡하다. 문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에게 임명장을 준 자리에서 대국민 입장을 발표했다. “개혁성이 강한 인사일수록 인사청문 과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장관을 비롯해 자신이 지명한 장관(급) 후보자 7명 중 6명이 국회로부터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송부받지 못해서다. 하지만 경과보고서가 불발이 된 사람들은 개혁성향이 강하고 채택된 사람들은 개혁성향이 약하다고 이분하는 평가다. ‘조국 띄우기’가 다시 같은 진영 국무위원들의 편가르기가 되고 말았다. 문 대통령은 임명을 고민한 게 아니라 임명의 변(辯)을 고민했던 듯하다. 국민의 대통령이 임명직 국무위원 한 사람에 과도하게 매달리는 모습은 상당수 국민들로선 납득하기가 어렵다. 문 정권의 인물 부족과 논리의 빈약함이 지적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반복되는 정쟁은 갈수록 정치혐오감을 팽배시킨다. 그 중심에 정치권력의 지배층을 형성한 ‘50대 진보 기득권 세력’이 있다. 386세대에서 586세대로 성장한 이들이 조 후보자를 둘러싸고 치졸하고 볼썽사나운 싸움질을 얼마나 할 수 있는지 그 민낯을 온 국민 앞에 드러냈다. 정파적 언행과 진영논리에 함몰돼 부끄러움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유권자인 국민들을 대놓고 도외시하면서도 입만 열면 ‘민주주의’ ‘정의’ ‘공정’ 등을 떠든다. 문 정권은 조 법무장관 임명이 ‘평등하고 공정하며 정의로운’ 일을 제대로 하려는 거라고 강변한다. 개혁을 내세워 여론을 가르는 인사를 하고선 목표하는 성과를 쉽게 얻으리라고 생각한다면 난센스다. 세상일이란 게 얻기만 하고 끝나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반사적으로도 잃고, 시간이 좀 지나서 더 많이 잃을 수 있다. 각계각층의 소통을 위해 더 낮은 자세로 노력하고 상대편을 배려해 공감을 얻어야 한다. 그래야 스스로도, 국민들도 선택지가 넓어질 것이다.

우리 사회는 좀 더 다양하게 진보하는 모습을 갖게 됐다. 남한사회주의노동자연맹(사노맹) 관련 사건에 연루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던 강남좌파가 법무부 장관에 오르는 시대가 됐다. 실험적일 수 있지만 우리 시대 새로운 요소와 방법들이 새로운 방향을 향해 작용하는 게 아닌가 한다. 제13호 태풍 ‘링링’이 한반도를 휩쓸고 지나갔다. 태풍으로 바닷물이 한바탕 뒤집히면 해저와 해수면의 생태계가 뒤섞여 보다 건강한 바다생태계가 만들어진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생태계가 대명천지에 드러나고 개선책들이 만들어지면 그만큼 건강해질 것이다. 조국 인사청문회 사태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부끄러워할 줄 아는 게 상식이 되는 건강한 사회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논설위원 yb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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