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법인화된 지방체육회 어떻게 가야 하나?

기고/컬럼

법정법인화된 지방체육회 어떻게 가야 하나?




한종우 오산시체육회 사무국장

Ⅰ. 격동의 지방체육회

2020년도 이제 마지막 달이 지나가고 있다. 정말 다사다난한 해이다. 코로나19로 많은 활동이 멈추면서 새삼 행복한 삶을 위한 건강과 환경의 소중함을 되새겨 보는 기회가 되었다. 체육계는 더욱 그렇다. 몸을 움직여 마음을 키우는 것이 스포츠 활동인데, 재난으로 인한 멈춤에 주춤거리지 않고 갈 길을 재촉하려면 많은 생각과 변화로 재도약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한해 저물녘에 지방체육회 법정법인화 법안인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작년도에 지방자치단체장(이하 지자체장)의 체육단체장 겸직금지에 따라 전국 17개 시도, 228개 시군구 지방체육회가 민선회장 체제로 바뀌었다. 하지만 대한체육회 지부, 지회라 했던 지방체육회는 민선회장 체제를 맞아 임의단체가 되고 말았다. 원래 법적 근거가 없던 조직이 관선회장 체제로 유지되어 왔는데, 막상 민선회장 체제로 변하다 보니 조직의 정체성에 심각한 혼란이 발생한 것이다. 그동안 지방체육회는 크게 생활체육 저변 확대와 풀뿌리 우수선수 발굴·육성의 전초기지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이 모든 것은 지자체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자체의 지원이 있었기에 예산에 대해서는 안주해왔고, 전문체육과 관련해서는 각종 비리의 온상이라는 오명을 쓴 부작용도 없지 않았다. 지자체장은 지방체육회를 자신의 정치적 목적에 따라 활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충분한 준비 없이 맞이했지만 민선회장 체제의 지방체육회는 이제 새로운 걸음마를 시작해야 한다. 독립된 집을 마련했는데 세간살이가 충분치 않은 모양새다. 그나마 법정법인화로 지자체 예산의 끈을 놓치지 않았다는 점은 불행 중 다행이 아닌가 싶다. 지방체육회는 이제 지자체만을 바라보던 시절에서 벗어나 시민과 함께 가는 체육회로의 방향전환이라는 생존을 위한 중대 기로에 서 있다.

Ⅱ. 법인화된 지방체육회, 무엇이 문제인가?

민선회장 체제의 지방체육회가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은 자율성 확보와 재정 확보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 지방체육회의 자율성 확보는 법적 지위가 보장된 안정된 조직을 말하는 것이다. 이는 운영의 눈높이가 시민스포츠에 맞춰져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그동안 통합 이전의 체육회는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이 분리된 기형적 발전이었다. 선진국은 다양화된 클럽체육시스템에서 전문선수 육성이 이루어지는 구조인데 우리나라는 각기 다른 체계에서 이른바 ‘따로국밥’처럼 육성되는 구조에서 파생되는 수많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이제 지방체육회도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이 하나로 이어지는 시스템으로 구조화되어야 할 것이고 모든 연령과 계층을 아우르는 시민참여 유도형 구조를 갖춰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소요되는 예산을 지자체의 지원에 모두 맡길 수는 없을 것이다. 민선회장 체제의 지방체육회 예산 문제는 정말 어려운 숙제가 아닐 수 없다. 전적으로 지자체에 의존하기에는 지자체의 부담이 클 것이고, 지방체육회의 자체적 예산 마련 또한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지방체육회의 주된 업무는 대회 지원 사업이었다. 전국체전, 도민체전, 생활체육대축전, 종목별 대회, 지역 대회 등 특정 계층이 출전하는 대회에 집중 지원하는 일이 전부였다. 지방체육회가 독립적 역할을 수행하려면 그동안의 분리된 지원형태에서 벗어나 모든 대상에게 다가갈 수 있는 다양한 시민스포츠 지원 형태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바로 시민 스포츠클럽의 다양성, 다시 말해 다연령, 다계층, 다종목, 다수준을 추구하는데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여기서 민선회장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존 관선회장인 지자체장은 선거법의 제약으로 시민을 위한 지역 특화사업 정책을 펼치는데 한계가 있었다. 민선회장은 이런 제약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시민스포츠 정책을 구상하고 추진하는데 문제가 없기에 더욱 기대가 크다. 이를 위해서는 민선회장의 의지와 열정 또한 필수 요소일 것이다.

또한 코로나19가 지방체육회에 안겨준 숙제가 있다. 바로 비대면 사업의 확장이다. 아마도 지방체육회뿐만 아니라 모든 체육계가 당면한 과제가 아닌가 싶다. 스포츠의 신체활동은 대면을 기본으로 하고, 이에 따라 비대면 영역에는 관심이 적었을 것이다. 시야를 조금만 넓혀보면 이미 4차 산업이 최첨단으로 발전해 가고 있었음에도, 이번 재난을 겪게 되면서야 비대면 기술의 등의 활용이 스포츠의 생존력 강화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절감했을 것이다. 민선회장 체제에서 첨단 기술을 어떤 방식으로 스포츠와 융합하여 활용할 것인지 깊이 성찰해 볼 시점이 되었다.

Ⅲ. 선진화된 지방체육회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무릇 직장 격언에‘하지 않으면 할 게 없고 하려고 하면 넘치는 게 일이다’라는 말이 있다. 민선회장 체제로 변화된 후 그동안 실행하지 못했던 일들이 계속 생각나겠지만, 그럴수록 서두르지 말고 시급한 문제부터 하나씩 풀어가 보자.

첫째, 재정문제다. 법정법인화로 시급한 사항은 해결되었지만, 재정 관련 모든 사항을 지자체에 의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동안 지방체육회는 임원들의 회비라는 명목의 기부금을 제외하고는 스스로 재원을 마련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부터 재원확보를 위한 지혜와 역량을 모아야 할 것이다. 동호인 및 시민들이 참여하는 기부금 사업의 확장, 기업의 상생 마케팅 등을 통한 사회 기여사업 후원 유치, 기타 유관단체와의 협력을 통한 라이선싱, 브랜딩 사업 등 다른 분야에서 시행하고 있는 재원확보 방안을 벤치마킹하여 실행하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둘째, 정부의 지원 확대다. 선진국의 국가 체육재정이 약 1.5% 수준인데 비해 우리는 0.7∼0.8%에 그치고 있다. 지방체육회 재원을 지자체에서만 부담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중앙정부가 국민체육진흥의 중요성에 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일반 시민부터 국가대표까지, 우리나라 국민 모두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의 원천이 스포츠를 자유롭게 즐기고 참여하는 문화로부터 시작됨을 깊이 인식해주었음 한다. 학교 스포츠클럽에서 학교운동부가 만들어 지고, 지역 스포츠클럽에서 지역 운동부가 육성되며, 국민의 건강이 국가의 건강으로 이어지려면 중앙정부 차원에서 스포츠의 일상화를 위한 관련 예산의 정률적 배분이 필요하다. 지방체육회는 하나의 단체가 아니라 국민의 삶과 행복을 위한 공공 서비스 제공 조직임을 인식해 주기를 바란다.

셋째, 지방체육회의 지방 공공체육시설 운영권 확보다. 지방마다 각 지자체의 시설공단이나 도시공사가 있는데, 공공체육시설 운영이 어떤 이유로 그 기관의 업무에 포함되어 있는지 궁금하다. 엄연히 지방체육회에 전문 인력이 있음에도 이를 활용하지 않고 체육시설의 운영을 맡기지 않는 것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지방체육회가 시설 활용률이나 프로그램 전문성에서 훨씬 우수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방체육회는 그동안 각종 대회나 프로그램 운영 경험이 풍부해 종목별 시설 운영 능력도 뛰어나다. 시민의 참여율 제고에도 더욱 유리한 측면이 있으므로, 관련 법적 근거 등을 마련해 주기를 희망한다. 민선회장 시대 지방체육회가 명실상부한 전문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기 때문이다.

넷째, 지방체육회가 자치적 특성화를 이룰 시점이다. 예전에는 중앙정부나 대한체육회 중심의 획일화된 정책 목표에 따라갔지만, 민선회장 체제로 바뀌면서 변화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즉, 국가정책 차원의 일관성을 유지하되, 지역 특화 사업을 전개하는 유연성을 길러야 하는 시점이 된 것이다. 대도시, 중소도시, 소도시 등 규모와 지역이 갖는 특성에 적합한 스포츠 사업 기획 및 실행으로 시민에게 다가갈 수 있을 때 지방체육회 존재 가치가 빛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최근 연이은 불미스러운 사건 등으로 체육회가 온갖 비리와 (성)폭력의 온상으로 비쳐지게 되었다. 이는 체육 발전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수많은 체육인의 명예를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것이었다. 이제는 지방체육회도 그간의 잘못된 관행을 과감히 혁신하고 윤리와 인권 존중, 학습권 보장 등 스포츠 문화의 선진화를 위해 최우선으로 노력하여 시민으로부터 신뢰 받을 수 있는 제도를 확립해야 할 것이다.

Ⅳ. 맺음말

2020년 지방체육회는 아무런 자생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민선회장 시대를 맞이하였다. 지방체육회장 민선화의 근본 취지에 부합하려면 아직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리라 본다. 지자체와의 원활한 소통과 협조 없이는 현재 상황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민선회장 체제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법률적 정비가 더 필요할 때다. 이를 위해 지방체육회가 시민을 위한 공공서비스 제공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지방체육회 역시 개정된 법의 취지대로 정치적 관점으로부터 벗어나고, 시민과 함께 하는 체육회로 거듭나 시민 누구나 건강하고 행복한 스포츠 활동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이 발행하는 <스포츠 현안과 진단> 6호 기고이며, 외부 집필자의 기고는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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