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역사상 중요한 ‘연도들’에 관한 고찰

기고/컬럼

영화 역사상 중요한 ‘연도들’에 관한 고찰


1895년 3월 22일 뤼미에르 형제가 소수의 관중들 앞에서 영화를 처음 상영한 후, 시네마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이후 1995년을 지나 영화탄생 100주년을 맞으면서, 각종 매체들은 ‘영화사에서 중요한 연도’에 대한 의견을 두루 내놓았다.

아래의 내용은 기존 기사에 언급된 미학적인 측면보다는, 좀 더 기술적인 면에서 통념적 ‘영화사의 연도들(years in movie history)’을 정리한 것이다. 무성영화 목록을 제외한, 기존 영화의 틀을 깬 기술적 변화의 순간들을 중심으로 역사를 살폈다.

◈ 1939년 테크니컬러의 사용

흑백에서 컬러로 전화되던 시기, 가장 중요한 기술로 ‘테크니컬러(Technicolor)’를 들 수 있다. 테크니컬러 기술로 제작된 최초의 장편영화는 1935년작 <벡키 샤프>이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이 기술이 사용되기 시작한 연도는 1939년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는 <오즈의 마법사>이다. 1937년에 월트디즈니가 내놓은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를 벤치마킹해서 MGM은 애니메이션의 흥행공식에 따르는 극영화를 기획했다.

<오즈의 마법사>는 각본에만 3명, 편집에는 무려 10명의 작업자가 참여할 정도로 프로덕션 과정이 길고 난해했던 작업이었다. 하지만 완성된 영화에 대중들은 열광했다. 만화처럼 화려하고 동화적이며, 음악이 가미된 스펙타클 시네마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회오리바람을 타고 오즈에 도착한 도로시가 집밖을 나서는 순간’을 떠올릴 수 있다. 이 장면 속의 도로시는 흑백에서 컬러로 전환되는 기적의 시간을 경험한다. 어리둥절한 그녀의 표정 위로 스크린의 모노톤은 컬러 빛으로 바뀐다.

테크니컬러 유행에 도움을 준 또 다른 작품으로 같은 해에 개봉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들 수 있다. 영화의 배경인 ‘대저택의 계단’은 피처럼 붉은 카펫으로 장식되어 있다.

이 소품은 주인공 레트와 스칼렛의 열정적인 내면을 보여준다. 장대한 줄거리가 생략하는 캐릭터의 세밀한 감정을 색채가 보완한다. 계단의 벽면에 걸린 액자의 색감을 통해서도 피상적인 줄거리의 약점은 보충된다.

◈ 1962년 70mm 시네마스코프 화면

필름의 표준 규격은 35mm이다. 그럼에도 영화사 초기부터 고해상도의 70mm 필름은 존재하였다. 1950년대 말 할리우드에서는 본격적으로 ‘블록버스터 시대’가 시작되는데, 당시 <벤허>(1959)와 같은 사극 장르 영화들이 적극적으로 70mm 필름 시스템을 도입했다.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70mm 대 서사극인 <벤허>의 한 장면. (영화 스틸=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http://www.kmdb.or.kr)

70mm 역사극의 대표 격으로 1962년에 등장한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들 수 있다. 이 영화의 주인공 로렌스는 영국장교인 T. E. 로렌스를 모델로 만들어진 인물이다.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실제 인물은 정치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영화는 그를 ‘20세기 영화사의 대표적 영웅’으로 만들었다. 70mm 필름의 사실적인 질감이 사막을 배경으로 한 주인공의 행보를 너무나 현실적으로 묘사했기 때문이다.

70mm 필름의 뛰어난 해상도는 오늘날 IMAX 시스템을 통해 이어지고 있다. 광활한 서사와 세밀한 액션, 복잡하고 추상적인 주제를 표현하는 데 있어 시네마스코프 화면만큼 적절한 기술은 없다.

◈ 1982년 최초의 CG영화

영화사에서 ‘특수효과(special effects)’라는 명칭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20년대이다. 이를테면 ‘페이드 인/아웃’처럼 서사를 보완하는 문법적인 기술에 할리우드는 이 단어를 사용했다.

그렇지만 시대가 흐르면서 관객들의 인식이 바뀌었다. 눈에 띄지 않는 특수효과보다, 예를 들어 ‘투명인간’처럼 판타지적 상황을 묘사할 때를 더욱 ‘특수하다’고 여기기 시작했다. 따라서 특수효과는 ‘SF영화’의 대명사가 된다. 그리고 ‘컴퓨터그래픽(CG)'이 특수효과의 자리를 대신 차지한다.

CG로 뒤덮인 최초로 장편영화가 등장한 것은 1982년이다. 스티븐 리스버거의 <트론>은 컴퓨터 세계의 ‘인공지능’을 소재로 한 영화다. 향후 제임스 카메론의 <터미네이터>(1984)가 등장하고, <터미네이터 2>에서 성공적인 모핑(morphing) 기법이 등장하면서부터 “영화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믿음이 보편화된다.

어쩌면 <매트릭스>(1999)가 이룬 ‘가상현실’에 대한 철학적인 도약은 1980년대 CG영화가 가져온 최고의 변환점이라 말할 수 있다. <매트릭스> 시리즈의 인상적인 디지털 효과는 플라톤과 그노시스파, 장 보드리야르와 조지 버클리 등이 이끈 ‘버추얼’ 개념에 대한 논쟁을 스크린으로 끌어들였다.

◈ 2009년 3D영화의 디지털적 성향

한편, 영화 <아바타>(2009)의 획기적인 ‘시각효과(visual effects)’는 3D 분야에 집중되어 있었다. 기존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2D의 입체적 표현’에 열중했다면, 제임스 카메론은 스크린을 뛰어넘는 ‘3D 리얼리티 카메라 시스템’에 사활을 걸었다.

3D의 입체적인 표면을 위해 관객들은 안경을 썼고, 카메라 1대에 2개의 HD 고화질 렌즈가 사용되었다. 모션캡쳐 장치에도 최고 기술은 집약됐다. 한 마디로 스펙타클과 내러티브, 대중성의 합치를 위해 2009년의 영화계는 몰두했다.

<아바타>의 등장 이후 특수효과 영역은 기존의 관념을 벗어나기 시작한다. 본격적인 ‘디지털시네마의 발전’으로 세계의 관심이 옮아간다. 영화의 인터페이스가 스크린을 벗어날 수도 있다는, 상상적인 대안은 현실이 된다.

현재 영화의 IT(information technology) 논쟁은 ‘디지털 인터랙티브(interactive) 시네마’에 대한 논의로 이어지는 중이다. 영화가 비디오게임과 TV, 카툰 등의 타매체와 소통하는 것에 관해 대중은 더 이상 의심하지 않는다.

올해 칸영화제에 초청된 연상호의 <반도>(2020)가 지닌 최대 장점도 여기 있는 것 같다. 고전적인 내러티브 법칙 안에서 <반도>는 유연하게 상호작용적 매커니즘을 받아들인다. 스토리라인의 비디오게임적인 성향은 관객들의 상상력을 적극 활용한다.

디지털 시대, 시네마는 알고리즘이 된다. 장난기 넘치는 액션과 상호작용적 소통환경의 구축에 대해 영화계는 여전히 고민하지만, 서서히 그 문은 열리게 될 것이다.



◆ 이지현 영화평론가

2008년 '씨네21 영화평론상'으로 등단한 후 영화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영화제작사 롱메트라지필름의 대표이며, 공주대학교 영상학과에서 영화 관련 수업을 진행한다. 다큐멘터리 <프랑스인 김명실>(2014)과 중편영화 <세상의 아침>(2020)을 연출했고, 현재 탈원전 주제의 다큐멘터리 <전선을 따라서>(2021)를 작업 중이다. 13inoche@gmail.com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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