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견에 대해 알아야 하는 것들

기고/컬럼

안내견에 대해 알아야 하는 것들


“이런 거를 데려오면 어떻게 해요?”

“안내견이어도 개는 개잖아요.”

“개만 밖에 잠시 묶어두면 안 될까요?”

“다른 손님들이 털 날린다고 불편해 해요.”

“고양이, 도마뱀, 새도 저희가 출입 안 시키거든요.”

지난 10월 한 방송이 안내견에 대한 일반의 인식을 취재하기 위해 장애인과 그의 안내견과 동행해 음식점에 들어가려고 했다. 그 때 음식점 주인들이 한 말이다. 안내견은 그날 무려 7차례나 음식점 입장과 택시 승차가 거부됐다. 반려견이 아니고 안내견이라고 강조하고, 출입을 거부하면 법에 따라 벌금을 내게 될지도 모른다고 설명을 해도 주인들은 안내견을 막았다.

안내견에 대한 친화적 태도는 그 나라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아직 갈 길이 멀었다. 안내견은 현재 국내에서 70여 마리가 활동 중이어서 마주칠 기회는 많지 않다. 하지만 평생 몇 번은 안내견을 마주칠 수 있다. 그걸 떠나서 안내견에 대해 우리는 알아야 한다. 그것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스스로 높이는 길이다.

1. 안내견을 거부한 역대 국회 본회의장

“관례가 없다고 말하지만, 안내견이 본회의장에 들어오면 짖을 우려가 있어 의사 진행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한다. 정말 기가 막힌다. 안내견은 짖지 않는다.”

우리나라 첫 시각장애인 의원은 2004년 17대 국회의 한나라당 정화원 의원이다. 그가 안내견을 데리고 본회의장 입장을 몇 차례 시도했다. 그러나 관례가 없다는 이유로 번번이 제지를 당했다. 정 의원은 결국 본회의에 참석할 때마다 보좌관의 팔을 잡고 자기 좌석으로 갔다. 정 의원은 세계시각장애인연맹 한국 대표를 지낸 사람이다.

그가 2005년 4월 국회 사상 시각장애 의원으로서는 처음으로 대정부 질문을 하자 기립박수가 나왔다. 국회는 정 의원의 질문 시간을 보통 의원(17분)보다 8분 많은 25분까지 허용했다. 당시 에피소드 하나. 이해찬 총리가 소리 없이 답변석으로 나오자 정 의원은 “총리 나오셨습니까? 나오실 때 기척을 해주시는 게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국제적 관례입니다”고 지적했다.

19대 국회도 마찬가지였다. 시각장애인 최동익 의원(민주통합당)도 안내견 대신 보좌관의 팔을 잡고 본회의장에 출입했다.

2. ‘조이’, 드디어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하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안내견(장애인 보조견)은 ‘조이’다. 조이는 헌정 사상 국회 본회의장에 처음 들어간 안내견이라는 기록을 갖게 됐다.

총선이 끝나자 시각장애인인 미래한국당(현재는 국민의힘) 김예지 당선인의 안내견 ‘조이’가 국회 본회의장 문턱을 넘을 수 있는지가 갑자기 관심을 끌었다. 국회사무처는 조이의 출입 허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회법상 본회의장 또는 상임위 회의장에 동물 출입을 금지한다는 조항은 없다. 다만 국회법 148조는 ‘의원은 본회의 또는 위원회의 회의장에 회의 진행에 방해가 되는 물건이나 음식물을 반입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이’의 본회의장 출입이 검토되고 허가될 것이라는 언론보도가 이어지자 장애인 인권단체는 국가인권위원회 앞에 몰려가 이렇게 물었다. “법에 정해져 있는데 무엇을 허가하고 무엇을 불허한다는 것인가?”

‘조이’ 출입 문제 제기와 논의 자체가 명백한 장애인 차별이라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법에 의해 안내견은 어디든 출입할 수 있게 돼 있고 이를 막으면 위법이다.

김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이번 논란은 언론이 만들어낸 논란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회의 중에 안내견 조이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다른 의원들과의 거리는 어느 정도 두어야 하는지 등의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3. ‘퍼피 워커’도 있었다

안내견은 알아도 ‘퍼피 워커’는 몰랐다. 11월 29일 롯데마트 잠실점에서 예비안내견 출입이 제지당한 것이 알려졌다. 한 퍼피 워커가 ‘저는 안내견 공부 중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교육용 조끼를 입힌 예비 안내견을 데리고 마트에 입장했다가 거부당한 것이다.

누리꾼들이 불매운동을 벌이려고 하자 롯데마트 측은 아주 신속히 사과했다. 그리고 전국 매장에 급하게 안내견과 예비안내견 출입이 가능하다는 공지문을 일제히 붙였다.

그런데 이 사건으로 ‘퍼피 워커(puppy walker)’와 ‘퍼피 워킹(puppy walking)’이 거의 처음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퍼피 워커는 장애인 안내견이 될 강아지를 위탁받아 1년 동안 자신의 집에서 사회화 교육(퍼피 워킹)을 시키는 무보수 자원봉사자를 말한다. 가수 정재형이 오랫동안 꾸준히 퍼피 워커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내견학교에서 태어난 강아지들은 생후 7주가 되면 일반가정에 1년간 위탁돼 안내견으로서의 훈련을 받는다. 이 퍼피 워킹 기간은 한 마리의 안내견이 탄생하기까지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이 기간 동안 안내견은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에티켓을 배우고 여러 가지 환경에 적응하는 경험을 한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 홈페이지를 통해서 신청할 수 있다.

단 자격 요건이 있다. 강아지를 돌봐줄 성인(주부)이 가족 중에 있어야 하고, 실내사육을 원칙으로 하고, 미취학 자녀가 없어야 한다. 또 삼성화재안내견학교(용인)에서 방문 가능한 서울이나 수도권 지역에 거주해야 하고 다른 반려견이 없어야 한다.

퍼피 워커들은 1년 후에는 예외 없이 정이 든 안내견과 이별의 슬픔을 나누어야 하지만 자신이 훈련시킨 안내견이 남의 눈이 돼 준다는 보람을 갖는다. 안내견들은 보통 10살 정도가 되면 임무를 끝내고 은퇴한다. 그리고 자신을 돌봤던 퍼피 워커 가정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4. 안내견에 대한 몇 가지 지식들

-안내견은 ‘안내견’이라고 쓰인 조끼와 유도 고리(하네스)를 입고 있어서 식별이 가능하다. 하네스는 안내견과 시각장애인이 서로의 상태나 주변 상황을 주고받는 수단이다. 안내견에는 ‘안내견이 보건복지부에서 인정을 받았다’는 표지가 부착돼 있다. 활동 중인 안내견은 노란색의 형광 옷을 입고, 퍼피 워킹을 받고 있는 예비 안내견은 주황색 옷을 입는다. 활동 중인 모든 안내견은 인식 목걸이를 차고 있다. 안내견학교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기재돼 있다.

-안내견은 비행기에도 동승할 수 있다. 비행기에는 안내견을 위한 식수도 준비돼 있다. 다만 장기간 비행 시 안내견의 식사는 기내에서는 제공되지 않으며 중간기착지 등 지상에서만 준다.

-1년 동안 자원봉사자 가정에서 퍼피 워킹을 한 예비 안내견이 다 안내견이 되는 건 아니다. 안내견 학교에서 1년간 더 훈련을 받고 테스트를 거친 후 최종적으로 안내견이 되는 강아지는 3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적합한 장애인 파트너가 선정되면 보통 8년 정도 함께 생활한다. 떨어진 후보견들은 일반 가정에 입양돼 반려견으로 살아가거나 키워준 퍼피 워커에게 돌아간다. 안내견은 실전 투입 전에 반드시 중성화 수술을 받는다. 아무리 고도의 훈련을 받았더라도 발정기만큼은 어쩔 수 없어서 집중력 유지를 위한 것이다.

-반려동물 출입금지나 동물반입 추가 과금 규정은 안내견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안내견은 폭력과 고성이 난무해도 침착하고 의젓하게 오직 주인만을 위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미국의 9·11 테러 때에는 수많은 시각장애인 안내견이 침착하게 주인을 구했다. 한 안내견은 주인이 목줄을 풀어주고 나가라고 명령했지만 몇 분 뒤 돌아와서 70층 계단을 내려가는 것을 도왔다.

-안내견은 지능이 높고, 체격과 체력이 뛰어나며, 공격성이 낮고, 사람에 대한 충성심과 친화력이 좋아야 한다. 초기에는 저먼 셰퍼드가 주로 이용되었으나 현재 세계 안내견의 약 90%는 리트리버종이다. 래브라도 리트리버가 골든 리트리버보다 많이 쓰인다. ‘조이’는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이다.

-안내견은 1916년 독일에서 1차 세계대전으로 시각장애인이 증가하자 몰덴부르크에 안내견 학교를 만들어 체계적으로 훈련시키고 양성하기 시작한 게 처음이다. 1950년대 이후부터 안내견이 세계화가 되었다. 현재 전 세계에는 32개 나라에 98여 개의 안내견 양성기관이 있다. 약 2만 2,000여 마리의 안내견이 활동 중이고 매년 3,200여 마리가 분양된다. 독일, 영국, 미국, 프랑스, 호주, 일본, 뉴질랜드 등이 안내견 강국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이 기여했다. 1993년 고 이건희 회장의 뜻에 따라 삼성화재안내견학교가 만들어져 선진 훈련기법과 체계적 관리를 통해 매년 12~15두 안내견을 시각장애인에게 무상으로 분양한다. 지금까지 200여 마리 이상을 시각장애인에게 보급했다. ‘조이’도 이 학교 졸업생이다. 현재 70여 마리가 장애인의 눈이 돼 길을 다니고 있다.

5. 안내견에 대한 오해와 잘못

-안내견은 덩치가 크지만 특화된 훈련을 꾸준히 받았기 때문에 결코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

-안내견에게는 입마개를 씌우지 않는다. 법적으로 못 하게 돼있다. 주인이 계속 위험한 곳으로 가면 주인을 물거나 바짓가랑이를 물고 늘어져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안내견을 보고 반갑고 기특하다고 말을 걸거나 쓰다듬거나 먹이를 주거나 사진을 찍어서는 안 된다. 안내견은 바닥에 떨어진 음식이나 간식을 무시하도록 훈련받았다. 안내견은 총력을 다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외부의 간섭은 집중력을 흐트러뜨리고 주인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한 정당의 전 대표가 ‘조이’를 쓰다듬었다가 비판을 받기도 했다.

-다만 안내견 주인인 시작장애인에게는 말을 걸어도 괜찮다. 버스정류장에서 정차하는 버스 번호를 알려주거나 건널목에서 신호등이 바뀌는 걸 말해줘도 된다. 개는 신호등의 색깔을 구분하지 못한다. 번호도 구분 못한다.



◆ 한기봉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윤리위원

한국일보에서 30년간 기자를 했다. 파리특파원, 국제부장, 문화부장, 주간한국 편집장, 인터넷한국일보 대표, 한국온라인신문협회 회장을 지냈다.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초빙교수로 언론과 글쓰기를 강의했고, 언론중재위원을 지냈다. hkb821072@naver.com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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