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경제 3법, 성과와 기대

기고/컬럼

공정경제 3법, 성과와 기대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른바 ‘공정경제 3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현 정부가 기업지배구조 개선, 경제 공정성 제고, 상생협력과 소비자 권익보호까지 도모한다는 명분으로 추진해온 공정경제 5법 중 전반부가 마무리된 것이다.

이 중 가장 논란이 많았던 것은 상법 개정이었다. 우선 소액주주들이 기업경영을 보다 효과적으로 감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다중대표소송제가 도입됐다. 50% 이상 지분을 가진 모회사 소액주주들이 자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개정안이, 법인격을 중시하는 우리 회사법 체계에 맞지 않고 소송남발이 예상된다는 등 비판이 많았음에도 지분율 기준을 0.5%로 상향조정하는 정도에서 도입됐다.

외국계 사모펀드 등이 기업경영 간섭이나 시세차익 등을 노리고 기업 이사회에 진입할 것이라는 등의 우려가 많았던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는 막판에 극적으로 완화됐다. 즉 감사위원 선출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을 합산해 3%룰을 적용하고자 했던 당초 안을,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인 경우에는 개별적으로 3%를 산정하도록 했다.

공정거래법은 1980년 제정 이래 처음으로 전면개정이 이뤄졌으나, 실제 바뀐 내용은 그리 많지 않다. 부당공동행위에 대한 과징금이 기존 관련매출액의 10%에서 20%로 상향조정되는 등 대부분 위법행위에 대한 과징금이 2배로 증가됐다.

상장사에 대한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대상도 기존 지분율 30%에서 20%로 비상장사와 통일되고, 일반지주회사의 CVC(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 보유도 허용됐다. 정보교환에 대해 담합의 합의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는 규정도 함께 도입됐다.

이견이 많았던 전속고발제도 폐지는 마지막 단계에서 현행제도를 유지하는 것으로 정리됐으나, 그 이유가 뚜렷하지는 않았다.

마지막으로, 금융복합기업집단 감독법이 제정돼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금융복합그룹이 소속 금융회사들 전체 차원에서 내부통제와 위험관리 등 체계적 관리와 감독을 받게 됐다. 실제 적용대상은 삼성, 현대자동차 등 6개 대기업집단에 그친다.

위 3개 법안에 대해 경제계는 기업규제 3법이라면서 반발했다. 코로나19와 국제적 지역주의 등으로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반기업 정서에서 비롯된 입법으로 기업활력이 과도하게 제약된다는 것이다.

정치계나 학계 일부에서도 반대의견이 상당했는데, 특히 상법학계에서는 대륙법계 전통에 입각한 현행 회사법 체계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 통과에 성공한 것은, 공정경제를 강조하는 현 정부의 의지와 아울러 야당에서도 경제민주화 차원에서 지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던 것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필자가 보기에, 이번 상법 개정의 의의가 적지 않지만 실제 떠들썩했던 만큼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나 소수주주 보호에 큰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다중대표소송제는 소액주주가 어렵게 소송에 이기더라도 모든 이익은 회사로 귀속되는 제도이기 때문에 원래부터 활발히 이용될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감사위원 분리선임 역시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에 대해서는 3% 지분율을 개별산정하도록 완화함에 따라 다수 기업들이 그 제도적 이점을 활용할 것이고, 결국 실제 소수주주들이 추천하는 감사위원이 1인이라도 자리하는 기업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면에서, 이번 상법 개정은 상당부분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도모했다는 명분을 확보하는 수준이지 않나 싶다.

물론 잠재적 감시압박이나 감사위원의 독립성 확보에는 어느정도라도 실효성이 있을 것이다. 3%룰 합산제도가 적용되는 경우가 있을 뿐 아니라, 지분율을 개별산정하더라도 사외이사 제도가 활성화된다면 해당 감사위원이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복합기업집단 감독법 역시 실질적으로 새로운 규제가 아니기 때문에 변화의 폭이 크지 않고, 입법과정에서도 상대적으로 반대의견이 많지 않았다.



공정경제3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사진합성·일러스트(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필자의 예상으로, 실제 기업들에 영향이 큰 부분은 공정거래법일 것이다. 전속고발제는 당초 안대로 폐지됐다면 기업의 규모를 가리지 않고 파장이 매우 컸을 사안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폐지가 철회됐지만, 그 직후 검찰이 리니언시(카르텔 자진신고에 대한 수사 및 형벌감면) 가이드라인을 도입함에 따라 향후 현장에 미치는 영향은 알기 어렵게 됐다. 기존에 있는 고발요청제도 등과 결합하면, 실질적으로는 전속고발제 폐지에 준하는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혼선을 방지하기 위한 관계 당국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과징금이 일률적으로 2배씩 상향조정된 것은 향후 제재대상 기업들에 상당한 재정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과징금의 기본목적이 위법행위를 억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공정거래위원회는 과징금이 정부재정에 기여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준법경영과 공정거래질서 확립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도록 하는 한편 심결 시 적법절차 준수 등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경제양극화 등이 초래한 공정경제 확립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여전하다. 그러나 코로나19에 따른 세계적인 불경기 속에서 경제살리기는 조금도 소홀할 수 없는 과제이기도 하다. 쉽지 않은 양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지혜가 필요한 시기에, 진통 끝에 통과된 공정경제 3법이 여러 한계 속에서도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기 바란다. 건강하고 균형잡힌 기업지배구조와 공정거래질서야말로 본질적으로 경제발전의 원동력임을 보여주기 바라는 것이다.

한편, 공정경제 입법과제 중 후반부라 할 수 있는 집단소송법과 징벌적배상제 논의가 아직 진행 중이다. 이 두 개 법안은 3법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전 국민과 기업 전반에 걸쳐 메가톤급 파급효과를 낳을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무쪼록 이번 3법의 논의과정을 경험삼아 정부와 기업 및 시민단체, 여당과 야당 등이 중지를 모아 더 나은 옥동자를 낳기를 기대한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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