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희망은 다시 솟아 오른다

기고/컬럼

그래도 희망은 다시 솟아 오른다


예상을 하면서도 비껴가길 바랐던 비관적인 전망이 현실이 되어 코로나는 겨울 추위 속에서 더욱 위세를 떨치고 있고, 거리두기 단계는 상향을 거듭하면서 언택트 추석으로 보냈던 한 해를 언택트 송년 속에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코로나 블루, 코로나 레드, 코로나 블랙

코로나가 올 한 해를 관통하면서 코로나로 인한 정신적 어려움 또한 지속, 심화되고 있어서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불안, 우울 양상의 코로나 블루가 출현했다가 분노와 암담함을 위주로 하는 코로나 레드, 코로나 블랙이 뒤를 잇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감정의 흐름을 살펴보면 우리 국민들이 코로나의 극복과 일상의 회복에 대한 희망을 잃어가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게 됩니다. 불안과 우울에 이어서 분노, 그리고 낙담으로 이어지는 감정들은 통제 불가능한 상황을 맞은 사람들이 보이는 심리 반응과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정신과 의사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불치병 선고를 받은 환자들의 심리가 부인, 분노, 협상, 낙담과 우울, 수용의 다섯 단계를 거쳐감을 밝힌 바 있는데, 코로나 사태를 맞은 우리 국민들의 감정선도 이러한 경과를 닮아가고 있는 듯 보입니다.

퀴블러 로스 박사의 환자들이 마주한 문제가 암을 비롯한 당시의 불치병이었던 것에 비해, 코로나는 백신으로 궁극적인 예방이 가능하고 백신 접종 전이라도 마스크 사용과 위생 수칙 준수라는 행동 백신으로 조절 가능한 것인데도 코로나 블랙으로 지칭되는 암담함에 빠지는 분들이 늘어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코로나 블루, 레드, 블랙을 극복하기 위해서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먼저, 사태에 대한 통제력이 여전히 우리들에게 있음을 다시 한 번 분명히 자각하는 것입니다. 코로나19는 코로나 바이러스만이 원인이 아닙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사람의 행동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병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기에 마스크 착용, 3밀 장소 회피 등의 행동 백신을 충실히 지속한다면 백신이 올 때까지 통제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면 “누가 그걸 모르느냐? 그런데 도대체 언제까지 참으라는 거냐?”라고 반문하실 분도 계실 것입니다. 그러실 만도 합니다. 오랜 기간 행동 백신을 실천해 오시다 보니 인내심이 바닥날 만도 합니다. 코로나 사태가 내년까지 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이 있었으나 많은 분들이 단기간에 끝날 것이라는 기대를 품었다가 반복되고 연장되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좌절하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코로나 사태에 대한 있는 그대로의 장기적이고 현실적인 전망과 마라톤 선수의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100m 달리기에서의 전력 질주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달리면서도 힘을 비축하고, 속도를 내고 싶은 순간에도 절제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바닥난 인내심을 다시 채워야 하고,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견디는 힘도 키워야 하겠습니다. 사실 현대인들은 견디는 힘이 약해진 것이 사실입니다. 과거에는 사람의 힘으로 해야만 했던 일들을 문명의 이기들이 대신해 주면서 너무 쉽게 얻을 수 있게 되다 보니 스스로의 힘으로 노력하면서 기다리는 인내심은 약해진 것이지요.

길가의 나목들처럼

잇달은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이 탄소 문명에 대한 자연의 경고라는 교훈을 되새기면서 코로나 사태를 극복할 지혜를 자연으로부터 배워 보면 어떨까요? 이 겨울에 나목이 되어 추위를 견디고 있는 길가의 수많은 가로수들의 인내심을 배우는 것이 어떨까요?

봄과 여름 동안 풍성했던 푸른 잎들이 가을 낙엽이 되어 떨어지고 겨울에 나목이 되는 이치는, 여름의 열을 발산시켜 주던 나뭇잎들이 겨울에 그대로 남아 있으면 온도를 뺏기게 되어 겨우살이가 더욱 힘들어 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화려했으나 무거웠던 낙엽들을 다 떨어뜨리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에게 침잠하면서 겨울을 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들도 길가의 나목들처럼 외부 활동과는 독립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다이나믹 코리아의 주역인 우리 국민들은 그동안 앞만 보고 전력질주 하느라 주위를 돌아볼 시간을 가지지 못했을 뿐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고 돌볼 시간 조차 가지지 못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내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 볼 시간도 없이, 마음을 일순간 흥분시키지만 끝나고 나면 지치고 공허하게 만드는 활동들에 시간과 마음을 뺏겨왔습니다.

올해의 남은 기간에는 잎을 떨어뜨린 나목들처럼, 화려했으나 짐이 되었던 밖에서의 활동을 잠시 접고 코로나가 선물해 준 시간 속에서 자신의 내면에 침잠하는 시간을, 자신의 내면의 힘과의 만남의 시간을 가져 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다 보면 바닥 났던 인내심도 회복되고, 코로나에 대한 통제력이 자신에게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며, 희망은 다시 솟아오를 것입니다.



◆ 이동우 인제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책연구소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임상의사로서의 진료업무와 함께 우리 사회의 정신건강증진을 위한 정신보건업무, 정신건강정책 개발에도 참여하였으며 많은 사람들의 마음 읽기, 즉 마음 다독(多讀)에 매진해 왔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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