왈츠의 세계화와 요한 슈트라우스

기고/컬럼

왈츠의 세계화와 요한 슈트라우스


해마다 1월 1일이 되면 요한 슈트라우스의 음악이 빈 필하모닉의 연주로 세계 각국 방송사의 전파를 타고 극장과 TV를 통해 방영된다.

주로 왈츠와 폴카 등의 춤곡들로 이루어진 이 음악회는 ‘황금 홀’이라 불리는 뮤직페어라인 대공연장에서 화려한 꽃 장식과 함께 공연되는데, 전 세계의 신년을 여는 아이콘으로 발전한 만큼 오스트리아의 아름다운 풍광과 발레 그리고 세계 각국의 저명인사들을 보는 재미도 있다.

다만 아쉽게도 올해는 거장 리카르도 무티의 지휘였으나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인해 사상유래 없는 무관중 온라인음악회로 진행되었다.

한편 이런 왈츠와 춤곡은 19세기에 발전해서 전 유럽과 미국으로 퍼져나가게 되었는데, 이 유행의 중심에는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요한 슈트라우스 2세가 있었다.

아버지인 요한 슈트라우스 1세도 훌륭한 음악가였지만, 아들에는 못 미친다는게 중론인 당시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대중적 인기는 지금으로 비춰보면 비틀즈에 비견할 정도라고 생각된다.

특히 우리가 잘 아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 ‘봄의 소리왈츠’ 등은 여전히 왈츠의 대명사처럼 연주되고 있으며, 현대에 이르러서는 재즈형식 또는 여러 가지의 악기버전으로 재탄생되고 있다.

베네수엘라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이 2017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 콘서트 준비를 하며 리허설을 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EPA/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왈츠가 가진 힘

왈츠형식은 쇼팽과 리스트에 의해 예술적으로 좀더 심화 되었지만, 동시대 요한 슈트라우스의 전통적 형식의 왈츠가 좀 더 대중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작곡가 브람스 또한 요한 슈트라우스의 인기와 아름다운 곡을 부러워했다는데, 슈트라우스는 자신의 악단을 지휘할 때 ‘포어가이거 Vorgeiger(바이올린을 들고 연주하면서 지휘하는)’ 방식으로 이끌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춤은 잘 추지 못했다고 한다.

이렇게 19세기 전 유럽과 미국까지 순회연주를 했었던 슈트라우스의 왈츠공연은 20세기 들어서 잠시 시들해졌으나, 빈 필하모닉의 신년음악회를 계기로 다시금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게 되었다.

아무튼 이때의 영향이 오늘날 앙드레 류(Andre Rieu)같은 음악가들에 의해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는걸 보면 왈츠가 가진 음악적 힘은 대단한 것이다.

◆ 신년음악회와 빈 필하모닉

빈 신년음악회는 당초 송년음악회였다가 1941년부터 신년음악회로 바뀌어져서 지금까지의 전통으로 내려오고 있는데, 유학시절 당시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의 좌석은 구하기 힘들 정도로 인기였다.

한편 왈츠의 본고장 비엔나의 음악을 가장 잘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는 아무래도 빈 필하모닉인데, 그럴 수밖에 없는 특징들이 있다.

먼저 실력도 실력이지만 기본적으로 ‘비엔나사운드’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단원이 되기가 어렵다. 그래서 단원들의 구성이 가족이나 스승, 제자 사이인 경우가 꽤 많다.

또한 현재는 실력이 출중한 여성단원들도 있지만 예전에는 오스트리아와 유럽의 남성들로만 구성된 보수적인 오케스트라였다. 우리가 잘 아는 바이올린 소품의 제왕 프리츠 크라이슬러(Fritz Kreisler)도 빈 필하모닉단원 오디션에 떨어졌을 정도로 단원선발이 까다롭기 그지없다.

특히 빈 필하모닉의 팀파니는 일반적인 플라스틱이 아닌 쇠가죽을 사용하고 관악기의 시스템도 일반적인 오케스트라와 다르기 때문에 소리가 특별하다.

유학시절 빈 필하모닉의 많은 리허설을 들어보았는데, 개인적으로는 독일오케스트라처럼 무겁지 않고 이탈리아나 프랑스 오케스트라처럼 밝지 않으면서 차분하고 우아하며 고상한 소리를 낸다. 그리고 바이올리니스트로서 현악파트 소리가 마치 실크 같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나의 스승님이자 몇 년 전 은퇴한 빈 필하모닉 악장 라이너 퀴흘 선생님은 어떤 지휘자가 좋은 지휘자인가에 대한 질문에 “자신들의 음악을 방해하지 않은 지휘자”라고 답했다. 가히 자부심이 느껴지는 답변이라고 생각한다.

◆ 우리의 신년음악회

결국 왈츠가 세계적 인기를 누리는 근본적 이유는 아무나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그들만의 우아하고 고상한 소리와 역사 문화적 전통이 밑바탕 되어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매년 신년음악회를 부럽게 보면서 드는 생각은, 우리나라도 전통과 독특한 개성을 살려서 세계와 공감할 수 있는 신년음악회를 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유튜브 3억 뷰 이상의 이날치 밴드와 훌륭한 실력의 K 클래식, 빌보드 1위의 BTS 등 개개인들의 역량은 충분해 보인다.

지난 오스카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이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라는 거장 마틴 스콜세이지의 말을 인용한 것처럼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지 않을까?

물론 세계와의 소통과 공감대 형성을 하면서, 언젠가 다른 나라가 부러워할 만한 우리만의 멋진 신년음악회를 꿈꿔본다.

☞ 추천 지휘자와 공연

2000년대 들어서 빈 신년음악회는 몇몇 지휘자들의 로테이션으로 연주되는 듯하다.

클래식음악계의 황제였던 카라얀도 딱 한번 지휘했었고, 동시대 라이벌인 번스타인은 연주 전 타계하여 그의 신년음악회를 못 보게 된 것은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게다가 동시대 또 다른 대 지휘자 게오르그 솔티(G.Solti)는 초청조차 없었던 듯하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빈 신년음악회 공연을 추천하자면 포어가이거(Vorgeiger) 방식으로 연주한 빌리 보스콥스키와 로린마젤의 공연을 꼽고 싶다.

로린마젤이 지휘자 이전에 훌륭한 바이올리니스트이었다는 것을 모르는 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카를로스 클라이버나 카라얀, 무티 등 훌륭한 공연들도 많지만 무대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면서 리드하는 전통적인 방식의 빈 신년음악회는 빌리와 로린마젤 이후로 이제는 보기 힘들듯 하다.



◆ 김상균 바이올리스트

서울대 음대 재학 중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비엔나 국립음대와 클리블랜드 음악원 최고연주자과정 최우수 졸업. 이 후 Memphis 심포니, Chicago civic오케스트라, Ohio필하모닉 악장 등을 역임하고 London 심포니, Royal Flemisch 심포니 오디션선발 및 국내외 악장, 솔리스트, 챔버연주자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eigenartig@naver.com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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